현직 은행원들은 모두 ‘범죄’라는데…금감원만 왜?

뉴스1

입력 2019-08-29 08:16 수정 2019-08-2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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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주농협. © News1
남광주농협 ‘4억2000만원 불법 인출’ 사태에서 계좌삭제와 거래내역 삭제 의혹이 드러났지만 금융감독원의 안일한 대응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직 은행원 5명에게 직접 자문한 결과 거래내역 삭제 등은 “중대한 금융범죄에 해당한다”는 공통된 답변이 돌아왔지만 감독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만은 즉각적인 현장조사 등을 미룬 채 방관하는 모양새다.

◇계좌·거래내역 삭제는 심각한 범죄행위

이혼소송을 앞두고 농협직원인 아내로부터 4억2000만원 불법인출 피해를 입은 A씨(41)가 확보한 입출금 전표와 남광주농협이 법원에 제출한 관련 서류 등을 살펴보면 자신의 계좌에서 4억2000만원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한 A씨는 2017년 12월20일 남광주농협을 방문해 자신의 명의로 된 모든 계좌(해지된 계좌 포함)의 내역을 요청했다.

당시 남광주농협에서 제공한 전계좌조회 내역에는 아내 B씨가 A씨 몰래 개설한 3억9000만원과 3000만원 등 2개 계좌를 포함해 3억원짜리 자유적립적금 계좌도 존재한다.

3억원 적금 계좌는 아내가 4억2000만원을 A씨 몰래 불법인출한 뒤 1억2000만원은 자신의 통장에 이체하고 나머지 3억원으로 개설한 A씨 명의의 자유적립적금계좌다.

하지만 A씨가 2018년 2월28일 법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다시 남광주농협을 찾아 제공받은 전계좌조회 내역에는 해당 3억원 적금계좌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A씨가 남광주농협의 금융전산기록 조작·삭제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A씨의 계좌뿐만 아니라 A씨와 B씨간 형사소송 과정에서 남광주농협이 법원에 제출한 B씨의 금융전산기록에서도 조작·삭제 의혹이 드러난다.

B씨가 3억원이 들어있는 A씨의 적금계좌를 개설 닷새 만에 중도해지한 뒤 1억5500만원은 자신의 계좌로 입금하고 나머지 1억4500만원은 자신의 남동생 계좌로 옮겼다.

그렇지만 이후 남광주농협이 법원에 제출한 B씨의 금융거래내역에는 1억2000만원과 1억5500만원의 입금내역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독립기구인 조합감사위원회 광주감사국 관계자는 “정상적인 거래부분만 고객에게 알려줄 뿐 정정된 부분까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B씨가 자신의 남동생에게 이체한 1억4500만원의 입금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다.

◇현직 은행원들 “법죄연루 계좌도 기록은 남겨둬야”
© News1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직 은행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지방은행의 한 지점장은 “은행원의 실수로 빚어진 과거기록을 정정하는 것을 ‘기산일 정정’이라고 하는데 그렇더라도 정정된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한 은행원도 “남광주농협이 제시한 자료들을 보면 사건을 감추려는 모습이 감지된다”며 “거래기록 삭제라는 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큰 범죄”라고 말했다.

비록 범죄에 연루된 계좌라도 절대 손댈 수 없다는 게 질문에 답한 현직 은행원 5명의 공통된 답변이다.

또 다른 현직 은행원은 “범죄에 사용된 계좌도 기록은 그대로 둬야 한다”며 “계좌삭제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A씨도 “B씨의 범죄행위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남광주농협 역시 메인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불법 조작·삭제한 사실이 드러나게 돼 금융기관의 신용도에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가능성을 염려해 남광주농협이 B씨의 형사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적극 개입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 현장조사 미룬 채 차일피일

이처럼 사안의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은 즉각적인 현장조사를 미룬 채 “사안을 조사해 본원에 이첩했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광주전남지원 관계자는 지난 27일 “사실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자료 등을 본원에 넘긴 상태”라며 “금감원 본원에서 거래내역 삭제 부분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서둘러 현장조사를 나갈 수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2일 A씨에게 보낸 민원 회신에서 “농협중앙회는 남광주농협 소속 관련 직원들에 대해 내부감사를 진행했으나 관련 직원들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에 있어 관련 수사가 종결된 후 내부처리절차를 거쳐 적의 조치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조합감사위원회 광주감사국 역시 “부부간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소송이 마무리되면 감사를 다시 실시할 예정”이라는 해명 뿐이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금융실명법 위반이나 거래내역 삭제 등의 범죄혐의가 명백한데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부간 개인적인 소송을 핑계로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는 건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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