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R&D 컨트롤타워’ 수장…“日 대응, 과학기술인 자존심 걸렸다”

뉴스1

입력 2019-08-28 11:51 수정 2019-08-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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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핵심 원천기술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9.8.28/뉴스1 © News1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과학기술이, 과학기술인들이, 결과를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관리·지원하는 ‘컨트럴타워’로 이번 정부들어 신설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수장’ 김성수 본부장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R&D 대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본부장직에 부임한지 약 1달만에 일본 수출규제 사건이 터졌고 이후 매일같이 R&D 대응정책 수립 마련에 매진한 그다.

지난 27일 기자들과 사전브리핑을 진행한 김 본부장은 “100%까지 해결하는 것는 있을 수 없지만 과학기술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R&D,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된다는 것은 분명하며 이번이야말로 과학기술이, 과학기술인들이, 그 사업들이 결과를 보여줘야 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본부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에서 30여년간 화학분야 연구자로 잔뼈가 굵은 소재 전문가라는 점에서 이번 대책에 감정이 남다르다. 과학기술인들이 “반드시 결과로 보여줘야한다”고 강조한 것도 대책이 대책으로 끝나지 않고 성과로 이어져야한다는 지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발표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은 Δ정교한 핵심품목별 대응전략 수립 Δ특별위원회 설치 Δ투자확대 Δ신속한 제도적 지원 Δ연구역량 총결집 Δ연구정보통합 활용 등을 담고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연간 약 20조원에 달하는 국가 R&D를 예산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음은 사전브리핑에서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금까지 부품·소재 등 기초 R&D 연구가 많았다. 그러나 이것이 제품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기술성숙도(TRL)가 높지 않아서였다.

▶실제 품목 분석을 하면 TRL 수준이 10단계 중 7단계에 머문 기술도 많았다. 10단계까지 가야 상용화되는데 그렇지 못했던 이유는 시장에서의 수요를 맞추는 또 다른 차원의 일이 존재했다. 이번 대책에는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을 연결시켜주는, 공급기업과 수요기업 사이를 갭을 극복하는 것을 R&D를 통해 해결할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한 게 1980년대 또는 1990년대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 국산화가 잘되지 않은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가 언제부터인가 사실은 첨단산업, 미래산업 쪽의 R&D 투자가 많이 늘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어떻게 보면 국가의 주력산업은 ‘기업이 알아서 하겠지, 정부는 거기에 신경을 쓸 필요가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더불어 이 분야 R&D를 하는 분들은 사실 특허나 논문 나오거나 상용화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까 연구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특허나 논문 쪽으로 표현하기 좋은 그런 쪽으로 R&D가 이어졌을 것이다. 정부 연구개발에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이번 대책의 또 근본적인 방향은 주력산업의 기초를 강화하겠다. 산토끼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집토끼를 지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장기적인 대책, 근본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R&D가 필요한 분야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품목 분석을 하다 보니 긴급하게 대응할 R&D가 있다. 그리고 긴급하게 대응해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런데 R&D는 긴 호흡으로 냉정하게 봐야한다. 현재 시장이나 기술력을 극복하기보다는 차세대 기술이나 시장은 아직 미묘하지만 4차 산업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은 초기단계부터 꾸준하게 긴 호흡으로 연결해서 R&D를 할 것이다. R&D 추진형태도 이번에 좀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아까 기술개발을 했는데 미처 상용화까지 못한 결과들을 현재의 시스템에서 다시 하려면 중복성 심의에 걸리지만 중복성 심의를 거둬내고 다시 R&D를 투입할 수 있게 하겠다. 또 후불형 R&D도 지금 고민을 하고 있다.

▶(고서곤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국장)이번에 단기 차원 말고 신소재를 개발하는 장기적인 R&D가 있다. 나노미래소재 원천기술 개발사업은 올해 상반기 예타를 통과했고, 그밖에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도 소자 부분과 관련된 R&D를 저희가 신규로 내년부터 추진한다. 이런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R&D가 아니라 기업의 수요를 많이 반영을 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인력 양성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같이 추진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사실 원하는 R&D를 하지 않는 이상 중소기업이 R&D를 했던 결과물이 상용화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세금으로 지원을 하다 보니 특혜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그 부분은 R&D보다는 다른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8월 5일에 발표된 대책에 의하면 R&D뿐만 아니고 세제·인허가·금융까지도 있다. 전반적인 것을 봐달라. 그것을 어느 부분에 특혜를 준다, 어느 기업에 뭐 이런다, 라고 하면 사실 그 논리에 대한 빠질 것 같다.

-국가 주도로 산학연 연구개발 역량의 총동원 체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우리가 정부사업에서 했던 것 중에 국가지정연구실(NRL)이라는 사업이 있었다. 그나마 소재 쪽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연구그룹이다. 150개 정도 사업이었는데 불산, 폴리이미드 등 쭉 파고든 그룹이 있다. 일본의 소재부품력 경쟁력도 장인정신이다. 즉, NRL 사업의 경험을 되살려 소재개발을 해보자는 것이다. 소재도 신양개발과 같이 꾸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기에 이를 국가적으로 지정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지정 한 후 지역에 있는 기업, 주변 대학 등의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 한 말씀.

▶취임한 지 아직 100일이 안 됐는데, 부임 약 1달만에 일본수출규제 사건이 터졌다. 100%까지 해결하는 것는 있을 수 없지만 이것은 과학기술인의 자존심이 걸린 것이다. 모든 것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다 해결할 수는 없어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R&D,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된다는 것은 분명하며 이번이야말로 과학기술이, 과학기술인들이, 그 사업들이 결과를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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