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키우는 산삼 ‘새싹삼’… 농약 안쓰고 실내 수경재배

한우신 기자

입력 2019-08-28 03:00 수정 2019-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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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농촌의 4차 산업혁명]
<10·끝> 서울 도심 ‘해피팜협동조합’


최정원 해피팜협동조합 대표가 서울 관악구 봉천로 건물 지하에 있는 수경재배 시설에서 새싹삼을 살펴보고 있다. 최 대표는 “미세먼지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친환경 재배 기술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일 서울 관악구 봉천로의 한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49.5m ² 남짓한 공간을 붉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은은하게 감싸고 있었다. 흰 가운에 모자 차림의 사람들이 선반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모습은 마치 실험실 같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4층으로 나뉜 선반마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산삼’을 키우는 현장의 모습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최정원 해피팜협동조합 대표(63·여)는 “날씨 등 외부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고 365일 안전하게 농산물을 생산하니 농장보다는 공장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며 “도시농업의 미래는 스마트팜에 있다”고 말했다.


○ 수경재배로 도시에서 키우는 새싹삼

조합에서 키우는 것은 정확히는 새싹삼이다. 씨를 산에 뿌려 자연 상태에서 기르는 산양삼(山養蔘)의 묘삼을 가져와 실내 수경재배 방식으로 생산한다. 강원 평창군 방림면 대마산에서 재배하는 1년 반근 산양삼 묘삼을 정기적으로 공급 받는다.

새싹삼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은 물뿐이다. 농약은 전혀 쓰지 않고 친환경 방식을 고집한다. 1시간에 한 번씩 물이 자동으로 공급된다. 빛과 온도, 습도 등도 모두 자동으로 조절된다. 자연 재배와 비슷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저녁시간이 되면 LED 조명이 꺼진다. 판매가 가능한 새싹삼을 만들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일. 1년이면 18모작이 가능하다. 산에서 키웠다면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렸을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수도농업사관직업전문학교 학장을 지낸 최 대표는 2016년 3월 조합을 설립하고 스마트팜을 준비했다. 텃밭 위주인 도시농업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미세먼지가 심각하고 토양도 좋지 않은 도시 텃밭에서 키운 작물이 상품성이 있을지 고민했다”며 “결국 도시농업은 식물공장 형태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키우는 작물이 성공하려면 상품성이 있어야 하고 재배 방식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최 대표는 판단했다. 고민 끝에 찾은 것이 스마트팜을 활용한 새싹삼 실내 수경재배였다.

새싹삼은 다 자란 산양삼과 달리 뿌리보다 잎에 사포닌이 많다. 사포닌은 면역 기능 강화 등 산삼의 효능을 발휘하는 핵심 성분이다. 새싹삼 잎에 함유된 사포닌은 뿌리에 있는 것의 8∼11배에 달한다. 박영보 해피팜협동조합 이사는 “새싹삼 잎에 있는 사포닌은 5년근 산양삼 뿌리에 있는 사포닌 함량과 비슷하다”고 했다. 뿌리당 가격은 2000원 정도. 조합은 고급 한정식집 등에 정기적으로 공급하거나 개별 주문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 청년에게 창업 기회…새싹삼 화장품도 개발 중

조합의 목표는 새싹팜을 직접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최 대표는 “실내 수경재배 기술을 터득하면 새싹삼 외에도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며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주고 취약계층에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합은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3개월 교육 과정과 실습 3개월 과정을 제공한다. 조합 사무실 책상에는 버터헤드, 보스톤청상추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뷔페나 양식당에서 샐러드 재료로 많이 쓰이는 작물 리스트가 놓여 있었다. 최 대표는 “1억 원이 넘는 시설 구축 비용이 걸림돌인데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창업을 위해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 노숙인처럼 취업 취약 계층을 위한 일자리로도 적절하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작업이 실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신체활동 능력이 부족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조합은 경기 파주시의 한 노숙인 자활시설에 스마트팜을 설치하고 노숙인들에게 자활 기회를 주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새싹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공품 개발에도 나섰다. 현재 새싹삼 잎 추출물을 발효시켜 풋크림 보습크림 등 화장품을 만드는 연구를 아주대병원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10월에 ‘케이움’(‘K’orea+‘움’트다)이란 브랜드로 시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경쟁력 있는 작물을 골라 첨단 방식으로 재배하고 가공품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등 철저하게 준비하면 도시농업이 진정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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