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가치와 시가감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김민 기자

입력 2019-08-27 03:00 수정 2019-08-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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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 인스티튜트 공개강연 가보니…

“예술을 문화적 자산을 넘어 경제적 자산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그 가치를 평가하는 감정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이화신세계관에서 열린 공개 라운드테이블 ‘근현대미술 가치평가의 새로운 과제들’에 참석한 앤 마리 리처드 소더비 인스티튜트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와 소더비 인스티튜트(SIA·Sothebys Institute of Art)가 진행한 ‘미술품의 가치와 시가감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미술 관계자를 비롯해 일반인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미술품의 가치와 시가감정’ 프로그램은 최근 예술작품 가격 산정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예경과 SIA가 국내 처음으로 공동 기획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SIA는 경매사 소더비가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소더비와 별개로 운영되며 향후 경매사에서 일하게 될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철저한 비공개 진행…반응은 엇갈려

2주간 진행된 ‘미술품의 가치와 시가감정’ 프로그램은 한국 근현대 미술품 감정 인력 육성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예경은 2015년부터 미술품 감정기반 구축 사업을 해왔고, 감정 인력 차원에서 미국감정협회(AAA)나 네덜란드 AiA와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 것도 특징이다. 수강생에게는 교재가 제공되지 않았고 녹음이나 동영상 촬영도 금지됐다. 리처드 SIA 디렉터의 강연을 중심으로 보존, 과학분석 전문가 니카 구트만 리에피 리센아트(RECENART) 대표, 온라인 미술품 거래 서비스인 아트시의 스타스 존슨치지코브 디렉터 등 초청 연사의 강연이 진행됐다. 또 현장학습 프로그램으로는 엄미술관, Art C&R 미술품보존연구소 방문 등도 이뤄졌다.

모든 코스에 참석한 수강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당초 ‘심화과정’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무적인 기초에 집중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수강자들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해외 경험이 없거나 입문자에 속했던 수강자는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경 관계자는 “국내 감정시장의 전문 인력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강의 내용을 좀 더 기초적이고 보편적인 수준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사실 작품의 가격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 부분은 해외 교육기관을 통해 배우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 ‘백남준 엔지니어’ 이정성 강연 눈길

24일 공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고 백남준 작가의 엔지니어였던 이정성 씨(75)의 강연이 눈길을 끌었다. ‘내가 경험한 백남준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발표한 이 씨는 백남준 작품이 전자기기를 이용해 고장이 나고 수리하는 것은 아픈 사람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켤 때 전기 스위치를 한 번에 켜거나 24시간 켜두는 것은 가장 빨리 작품이 손상되게 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또 백남준의 국내 컬렉터가 소프트웨어와 기록(아카이브)을 소홀히 하는 경향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 씨는 “생전 백남준은 소프트웨어를 관객과 소통하는 통로로 보고 밤새워 편집하고 테스트했는데, 작품을 수리하다 보면 원래 레이저디스크였던 것을 임의로 변환하거나 소프트웨어 이름도 없이 트는 경우가 있다”며 “원본과 그에 관한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 작품 가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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