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1개 등록에 1억… 감당 못해”

김호경 기자

입력 2019-08-27 03:00 수정 2019-08-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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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인들, 국회 환노위 간담회서 정부의 환경규제에 불만 쏟아내
‘화관법’ 유예기간 연장도 촉구… 의원들 “中企 부담 덜어줘야”


“새 화학물질 하나를 등록하는 비용이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라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벅찹니다.”(한국염료안료공업협동조합 이상구 이사)

중소기업인들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정부의 환경 규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학용 위원장을 비롯해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 5명과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참석했다.

간담회 최대 쟁점은 ‘화학 물질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이었다. 화평법은 화학물질을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하는 기업에 모든 화학물질을 사전에 등록하도록 한 법으로 올해 시행됐다. 기업들이 환경부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화학물질은 기존 500여 개에서 2030년까지 7000여 개로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염료 제조업체 대표인 이 이사는 “회사에서 쓰는 화학물질 100여 가지를 모두 등록하려면 최소 수십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며 “염료처럼 소량 다품종을 생산하는 업종은 배(매출)보다 배꼽(등록비용)이 크다. 사업화를 포기하는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의 주장에 환경부는 비용이 다소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기존에 등록된 화학물질 61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물질 하나당 등록비용은 평균 1200만 원이었다. 이에 대해 한 중소기업 대표는 “컨설팅 업체가 견적을 낸 금액에 비해 너무 적다”며 “환경부 통계에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서는 올해 말 종료되는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의 유예기간을 늘려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화관법은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의 시설 및 관리 기준을 강화한 법이다. 설필수 반월도금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31일 중기중앙회가 화관법 적용 대상 중소기업 500곳을 설문한 결과 10곳 중 4곳 이상(43%)이 ‘유예기간 안에 화관법에서 정한 취급시설 기준을 준수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화평법과 화관법 방향은 맞지만 그로 인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중앙회는 다음 달 고용노동부 관계자를 초청해 노동 규제 관련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현재 300인 이상 대기업에 적용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는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으로 확대된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시행되면 일손 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유예기간을 추가로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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