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채 줄어드는 취업시장… 청년 40%“수시채용 좋아요”

강동웅 기자

입력 2019-08-27 03:00 수정 2019-08-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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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이어 SK도 공채 폐지
“급변하는 경영 환경 대비하려면 필요할 때마다 뽑는 게 효율적”
“공채 준비 기간 단축할 수 있다” 20대 구직자 40% 수시채용 반겨
27%는 “모집시기 알수 없어 불안”


채용시장이 공채에서 수시채용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원하는 인재를 더욱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구직자 역시 더욱 자세한 기업 정보를 알기 위해 다양한 취업정보 사이트를 찾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취업정보 카페인 ‘캐치카페’ 서울 신촌점에서 NHN이 주최한 잡콘서트 현장. 취업정보사이트 진학사 캐치 제공

수도권의 한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수인 씨(23·여)는 9월 2학기에 복학한다. 취업 준비를 위해 1년간 휴학하면서 어학성적을 올리고 3개월간 마케팅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비록 인턴이지만 첫 사회생활이라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채용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실감하고 있다. 조 씨는 “대기업들이 갈수록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어 인턴 경험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며 “일일이 채용정보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관심 있는 기업과 직종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채용시장의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7월 SK그룹은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공채)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도 2월 공채 폐지를 발표했다. 공채 문화가 수시채용으로 바뀌면서 기업과 취업준비생 모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청년 구직자도 수시채용 확대에 “긍정”



구직자들은 수시채용 확대를 어떻게 생각할까. 조사 결과 청년 10명 중 4명은 채용시장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26일 취업정보 사이트 진학사 캐치가 20대(20∼29세) 취업준비생 312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3%(1258명)가 수시채용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인 평가는 26.9%(838명)였다. 32.8%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수시채용을 긍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공채 준비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40.8%)는 기대감 때문이다. 5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첫 취업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1개월. 졸업 후 첫 직장을 얻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 밖에 긍정적인 이유로는 ‘스펙보다 실무 중심 채용에 대한 기대’(24.7%)와 ‘관심 있는 직무에 집중 지원이 가능해서’(14.3%), ‘인적성시험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절약될 것’(11.0%) 등의 순서였다. 기존의 공채 준비를 위해 직무와 상관없이 어학성적, 자격증 취득 등 소위 스펙 쌓기에 매달리고 있었던 것에 대한 불만이 수시채용 확대에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익숙한 공채를 선호하고 수시채용을 부정적으로 보는 청년들도 있다. 특히 수시채용으로 바뀌는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불편함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구직자들은 ‘원하는 기업의 채용 공고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42.3%)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어떤 스펙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21.8%),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19.8%)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기업의 채용 공고를 찾아다니며 정보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현재 취업시장의 실태가 반영된 것이다.

공채를 선호한다는 김수민 씨(23·여)는 “수시채용은 모집 시기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불편하다”며 “많은 공고를 찾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 직무인지, 회사의 복지나 급여는 어느 정도인지 자세히 확인이 어려워 취업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현직자 리뷰를 많이 참고한다”고 말했다.


○ 꼼꼼한 ‘맞춤형’ 정보가 중요



기업이 수시채용을 도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까지는 매년 상·하반기 그룹 공채를 통해 대규모 인원을 선발한 뒤 계열사와 부서에 배치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수시채용은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인재를 유연하게 영입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것이 많은 기업의 판단이다.

NHN의 경우 개발직군은 공채로, 그 외 직군은 상시인재등록시스템을 통한 수시채용으로 선발한다. NHN 인사팀 관계자는 “수시채용은 시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꾸준히 회사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지원할 수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관심 있는 지원자들에게 회사 문화를 잘 알리고 채용 과정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NHN이 취업 관련 유튜브 ‘캐치TV’와 제작한 NHN 사옥 체험 영상은 2만5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아자동차 HR운영팀 임준영 대리는 “현업에서 필요한 사람을 뽑기 위해 직무 중심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고만으로 설명이 부족할 수 있어 대학가 취업카페를 활용해 현업 부서 직원들이 취업준비생을 직접 만나 채용 과정과 직무에 대한 설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학사 캐치 김준석 본부장은 “수시채용 확대는 원하는 인재를 원하는 시기에 선발하고 싶은 기업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는 취업준비생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준비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기업 문화와 직무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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