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온도 조절 알아서 척척… “농부는 시스템 관리자죠”

군위=장영훈 기자

입력 2019-08-23 03:00 수정 2019-08-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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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농촌의 4차 산업혁명]<8> 자동시스템 갖춘 토마토농장

박시홍 토마토팜 대표가 13일 경북 군위군 무성리 자신의 시설하우스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재배 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4박 5일간의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는 “스마트팜 기술 덕분에 마음 놓고 자리를 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군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3일 경북 군위군 군위읍 무성리. 중앙고속도로 군위 나들목을 나서 5분 정도 달리자 강 건너편에 우뚝 솟은 시설하우스 단지가 눈에 띄었다. 족히 어른 키의 5배 높이는 돼 보이는 거대한 하우스 안에는 높이 약 40cm, 굵기 1cm, 잎 10여 개가 달린 토마토 줄기가 가득했다. 각종 장비가 설치돼 농장이라기보단 실험실 같은 느낌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일반 비닐하우스와 달리 습도가 낮고 시원해 무더운 바깥 날씨보다 오히려 쾌적했다.

노란 셔츠에 반바지 차림인 농부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모자를 안 썼다는 것 빼곤 평소 일할 때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한창 바쁠 농번기인데도 농부는 이날 오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박시홍 토마토팜 대표(28)는 “스마트폰으로 하우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안심하고 며칠 비울 수 있다”며 “돌아올 때까지 토마토 줄기는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시설하우스 전 과정 자동 제어

박 대표는 2015년 전남대 식물생명공학부를 졸업한 뒤 곧바로 아버지 농장에서 일을 도우면서 ‘청년 부농’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공부한 스마트팜 이론과 현장에서 익힌 기술은 농작물 재배 효율을 크게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박 대표는 “대학 시절 여러 형태의 스마트팜을 견학하고 관련 기술을 배우면서 우리 농장에 맞는 시스템을 빨리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시설하우스는 첨단 스마트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만했다. 햇빛과 온도 습도 등 안팎의 날씨와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환경 조건을 유지한다. 수경재배 시스템을 도입해 물과 비료는 시스템에 정해진 값에 따라 자동으로 주게 된다. 온도에 따라 빛을 가려주는 차광막과 겨울철 보온 효과를 내는 커튼도 물론 자동이다. 소독과 방제 등 병해충 예방도 기계가 알아서 한다. 적정 온도와 환경을 유지하기 때문에 병해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자신의 역할을 농부라기보단 ‘시스템 관리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용자가 일일이 시설하우스 상황을 체크할 필요가 없어 매일 시설하우스에 나올 필요도 없다”며 “당일 날씨 상황을 토대로 제어 값을 점검하고 아침저녁 선선할 때 토마토 줄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전체 1만7000여 m² 규모의 대형 농장이지만 일하는 사람은 박 대표와 아버지, 외국인 근로자 3명 등 총 5명뿐이다. 이날 박 대표의 농장에선 외국인 근로자 3명이 쌍떡잎식물인 토마토가 잘 자랄 수 있게 높이 4m 위치에 노끈(유인줄)을 매다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끈을 따라 토마토 줄기가 시설하우스 천장을 향해 타고 올라간다. 박 대표는 “단순 작업이지만 사실상 수확 시기 외에 연중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수확 시기에는 2명이 더 필요하지만 다른 농장에 비해서는 인력이 크게 절약된다. 박 대표는 “열매를 따기 좋게 어른 허리 높이에서 자라도록 조정한다”며 “다양한 높이에 달린 열매를 일일이 찾아서 따야 하는 일반 농장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고 설명했다.


○ 품종 다양화, 온라인 입점도 준비

박 대표 시설하우스는 3.3m²당 160kg을 생산하는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스마트팜에서 자란 토마토는 품질이 고르다는 장점이 있다. 상품성이 좋지 않아 반품 요청이 들어오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연매출은 약 8억 원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성공 뒤에는 스마트 기술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숨어 있다. 당초 파프리카를 재배하던 그는 시장 상황에 따라 토마토 재배로 전환했다. 다양한 품종을 시험 재배한 뒤 농장 상황과 맞고 상품성이 높은 품종을 선택한다. 지금은 일반적인 빨간 토마토가 아니라 유럽에서 많이 먹는 약간 분홍빛을 띠는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단맛보단 신맛이 나고 과육이 단단해 주로 요리용으로 쓰인다”며 “요즘 20, 30대 소비자들은 건강식으로 갈아 먹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토마토 상품 개발을 꿈꾼다. 지금은 주로 도매상에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사이버 플랫폼을 개척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쇼핑몰 ‘사이소’ 입점을 준비 중이다. 2007년 문을 연 사이소는 ‘사십시오’란 뜻의 경상도 사투리로 농어촌 인심을 제품에 담았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박 대표와 같은 청년 농부들이 경북에서 자리 잡아 매년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직거래가 활발해지면 현재 1kg당 1600원 수준인 판매가가 50% 이상 훌쩍 뛸 것으로 박 대표는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 자신이 생산한 토마토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는 박 대표는 “사이소 입점을 계기로 유명 인터넷 쇼핑몰과 협업도 생각하고 있다”며 “경북도가 마련한 해외 연수 때 만난 청년 농부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공동 판로를 개척하는 방향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군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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