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바로셀로나서 만날 ‘평화의 소녀상’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입력 2019-08-21 03:00 수정 2019-08-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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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또 한 분의 위안부 할머니 사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다섯 분이나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정부에 등록된 240여 명의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이제 생존자는 20명뿐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가 큰 고통을 강요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분들은 일본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습니다. 2015년에 이루어진 한일 간 ‘위안부 합의’는 여전히 개운치 않습니다. 피해 당사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2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기렸습니다. 이번 집회는 전국 13개 도시와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 10여 개국 21개 도시에서 연대집회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처럼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달 초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김서경 김운성 작가의 조각 작품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일본 정부와 우익세력의 집요한 협박으로 3일 만에 중단된 겁니다. 전시 주제가 ‘표현의 부자유·그 후’였으니 일본 정부가 그 전시 주제를 역설적으로 입증한 셈입니다. 더욱이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조각 작품의 전시를 막은 것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가리기 위한 의도가 엿보입니다. 일본 스스로 문명국가의 헌법에서 인정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천부인권적 가치를 부정했으니 일본을 더 이상 문명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강압으로 전시가 중단된 평화의 소녀상을 구매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영화 제작자 겸 언론인 타트소 베네트(62)가 그 주인공입니다. 베네트는 소녀상 외에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가 레고블록으로 만든 작품, 미국 화가 일마 고어가 그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풍자화 등을 함께 사들였다고 합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작품 60여 편을 1년 6개월 동안 수집한 베네트는 이 작품들을 내년 초 바르셀로나 자유미술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네트는 스페인 통신사 EFE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의 전시 중단 사태는 단일 예술작품에 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일 뿐 아니라 ‘표현의 부자유’를 주제로 내세워 검열에 저항하는 취지로 열린 전시회 가치를 훼손한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상업적 목적이 결부되어 있다 해도 검열에 저항하는 베네트의 행위가 돋보입니다.

한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조치에 반발해 여러 참여 작가의 전시 철회 요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와 예술가들의 비판도 거셉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개인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모습이 현재 일본 집권 세력의 민낯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척도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공익을 침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작품이 아닌데도 공권력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행태는 반문명적 퇴행임이 분명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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