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황토집 지은 일흔의 ‘떠돌이 예술가’

김민 기자

입력 2019-08-20 03:00 수정 2019-08-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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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 2인전’ 연 김주영 작가

‘노마디즘 예술가’ 김주영(71)은 평생 떠돌아 다녔다. 1986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 갔고, 1988년에는 인도, 몽골, 티베트, 일본과 유럽 곳곳에서 퍼포먼스와 설치 등 현장 작업을 했다. 이런 그가 충북 청주시립미술관에 4m 높이 흙집(사진)을 지었다. 황영자 작가와 함께한 여성 작가 2인전 ‘놓아라!’(9월 15일까지)에 내놓은 신작 가운데 하나다. 이 흙집은 충북 음성의 ‘전국 흙집 짓기 운동본부’와 협력해 만들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하다 고려인의 흙집을 보고 받은 감동이 계기가 됐다. 문에는 ‘그땐 그랬지’라는 팻말이, 안에는 가마솥과 쌀 한 줌이 놓여 있다. 작가는 “파리에서 배고픈 시절 아꼈던 쌀이 내겐 가장 신성하다”고 했다.

그를 길 위로 내몰았던 데에는 아버지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야 했던 혼란이 자리 잡고 있다. 6·25전쟁 때 아버지가 사회주의자였기에 어머니는 딸이 피해를 볼까 봐 이름과 생일을 모두 바꿨다. 성인이 돼 내막을 알게 된 그는 교수직도 박차고 해외로 떠돌아 다녔다. 무전여행 중 캄캄한 밤 낯선 마을에 도착해 느낀 막막함과 희망은 20m 길이의 작품 ‘밤의 미로’에 구구절절 녹아 있다.

사람들과 손으로 흙을 문지르며 이제야 따뜻함과 ‘함께’의 의미를 느낀다는 그는 “현대미술은 액자에 넣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도 관객도 공간 속에 뛰어 드는 것”이라고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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