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다시 빵집의 기적을 기대할까

주간동아

입력 2019-08-17 10:39:00 수정 2019-08-17 10: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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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5G 경쟁에 휴대전화 판촉전 불붙은 현장
‘공짜폰’ 유혹에 속지 않는 법은



서울 종로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왼쪽)과 삼성전자의 최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10. [뉴스1. 삼성전자]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저희만큼 (싸게) 해드리는 데 없어요.”

스마트폰 구매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전화 매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전국에서 휴대전화를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는 소식에 항상 이곳은 판매원들의 호객 행위와 고객 상담으로 분주하다.

최근 이곳이 한층 바빠졌다. 이동통신 3사의 5G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지원금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9월에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대거 최신 단말기 모델을 내놓고 판매 경쟁에 들어간다.

8월 9일 사전 예약을 시작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10은 1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다가오는 9월은 휴대전화를 저렴하게 수확할 수 있는 계절이 될까.


○ 불법보조금이 만든 ‘성지’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휴대전화 판매의 성지가 된 것은 불법보조금 때문이다. 2014년 10월 1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지원금)에 상한선이 생겼다. 이전에는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길게는 보름, 짧게는 1주일 단위로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 액수를 바꿨다. 이 때문에 같은 휴대전화 단말기, 같은 요금제, 같은 이동통신사를 선택한 소비자라도 언제 어디서 휴대전화를 샀는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이를 막고자 단통법이 생긴 것.

하지만 일부 업체는 이동통신사의 지원금 할인 폭보다 더 싸게 스마트폰을 팔았다. 각 판매점에 지급되는 판매 장려금을 할인금액에 끼워넣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은 당시 불법이었지만, 신고로 현장을 적발하지 않으면 단속이 어려워 알음알음 휴대전화 커뮤니티를 통해 불법판매 정보가 유통됐다. 이 같은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시중가보다 싸게 파는 곳을 ‘성지’라고 불렀다. 성지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이 신도림 테크노마트다.

2017년 10월 일몰제였던 단통법이 효력을 잃었지만, 이동통신사들 사이에서는 단통법이 계속 시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3년 전만 해도 치열하던 지원금 경쟁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의 지원금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만큼 불법판매를 감행하는 업체들의 인기는 더 올랐다. 그런데 최근 다시 지원금 경쟁이 시작됐다. 5G 가입자 유치 경쟁 때문이다. 가입자를 1명이라도 더 늘리려고 경쟁의 불길에 휘발유를 붓는 모습이다.

5월 출시된 LG전자 V50씽큐(V50)는 많은 지원금이 따라붙었다. 게다가 판매 장려금을 돌려주는 불법보조금도 성행해 무료로 V50을 살 수 있는 판매점도 생겼다. 이처럼 최신 스마트폰을 무료로 살 수 있는 매장을 ‘빵집’이라고 부른다. 출고가가 119만9000원인 최신 스마트폰이 공짜가 될 수 있는 것은 판매점에 지급되는 장려금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는 판매점이 스마트폰 1대를 팔 때마다 80만~ 90만 원대 판매 장려금을 지급했고, 일부 판매점은 이를 할인가격에 추가로 반영했다. 당시 지원금이 40만 원대였으니, 판매 장려금까지 합치면 되레 출고가보다 금액이 커 고가 단말기가 ‘공짜폰’으로 둔갑했다.

9월에는 경쟁이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8월 23일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10 출시를 시작으로 9월 국내외 제조사들이 최신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9월 안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와 보급형 모델 갤럭시 A90을 출시한다. 갤럭시 노트10 출고가는 용량과 사양에 따라 124만8000~149만6000원. 갤럭시 폴드는 240만 원대, A90은 90만 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V50 후속 모델을 9월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 신제품 이름은 ‘V50S’가 유력하다. 애플은 9월 ‘아이폰 11’ ‘아이폰 11S’ 등 시리즈를 내놓는다. 화웨이는 첫 5G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휴대전화 판매업계에서는 9월뿐 아니라 올해 하반기를 휴대전화 구입의 적기로 봤다. 서울 관악구의 한 판매업자는 “5G 유치 경쟁 때문에 지금 시장은 2014년 단통법 직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잘 따져본다면 고성능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전화 매장. [뉴스1]

아직 나오지 않은 신제품이 20만 원대?

8월 13일 직접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찾았다. 갤럭시 노트10 사전 예약을 알아본다며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녔다. 같은 층에 있는 매장이지만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일단 이동통신 3사 기준 지원금은 40만~45만 원 수준. 출고가가 125만8000원이니 지원금을 빼면 80만~85만 원 선이다. 여기에 10만 원가량 할인 폭을 추가로 적용해주는 곳도 있었다. ‘뽐뿌’ ‘알고사’ 등 휴대전화 커뮤니티에는 20만 원대에 사전 예약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가격 할인 폭은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등에 따라 달라졌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막 내렸을 때 보이는 매장에서는 60만 원가량 하던 갤럭시 노트10 사전 예약 가격이 구석 매장에서는 30만 원대까지 내려갔다. 그렇다고 이동통신사가 매장마다 장려금을 다르게 책정한 것도 아니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매장 크기나 위치별로 개통 시 장려금이 다른 것은 아니다.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등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동통신사가 매장에 주는 판매 장려금은 거의 같다”고 밝혔다.

물론 시중 가격에 비해 싼 대신, 갖가지 조건이 붙었다. 보통 월 10만 원가량의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해야 했다. 일반적으로는 같은 이동통신사에서 휴대전화만 변경할 때보다,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경우가 더 쌌다. 이른바 ‘번호이동’ 혜택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부가서비스를 조건으로 걸었다. 월 5000~8000원의 서비스로, 통화 가능 통보, 개별통화 수신 거부, 전화번호 노출 없는 발신 기능 등이었다. 대부분 굳이 돈을 내지 않아도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할 수 있거나 실생활에서 별로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였다. 신용카드를 만들면 더 할인해주겠다는 매장도 있었다. 매장이 요구하는 신용카드만 있다면 어디서 구매하든 할인받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간혹 일부 업체는 쓰던 휴대전화 반납을 조건으로 걸기도 했다. 쓰던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해당 스마트폰의 중고 매입 가격만큼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중고 스마트폰 판매업자들은 “웬만하면 휴대전화 반납을 조건으로 할인 폭을 올려준다는 매장은 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업체가 중고 스마트폰 시세보다 훨씬 싸게 단말기를 챙기려는 술수일 수 있다는 것. 한 중고 스마트폰 판매업자는 “4년 이상 사용한 오래된 스마트폰이 아니라면 반납하지 말고, 스마트폰 구매 전 중고 스마트폰 매입 업체에 직접 들러 파는 편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15개 넘는 매장을 돌다 보니 간혹 20만 원대 가격을 내건 곳도 있었다. 하지만 요금제 유지 기간이 너무 길거나 예전 휴대전화 반납, 혹은 신분증 보관 등 필요 이상의 조건이 붙었다.


구매 조건 제시하며 사는 게 유리

휴대전화 판매업자는 물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굳이 신도림이나 강변 테크노마트가 아니더라도 휴대전화를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많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일산의 한 휴대전화 판매업자는 “휴대전화 커뮤니티를 검색해 저렴한 가격과 조건을 보고 매장을 찾았다고 하면 대부분 그 가격과 조건에 맞춰 휴대전화를 내놓을 것이다. 가격이 조금 비싼 곳도 일부 있겠지만, 이러한 매장은 사은품을 많이 주는 편이다. 사은품 가격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성지보다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이 적잖다”고 밝혔다.

실제로 휴대전화 커뮤니티에는 성지에서 오히려 비싸게 살 수 있다는 경고성 게시물도 많았다. 대표적 예가 선택약정할인을 매장 특별 할인이라고 속이는 일이었다. 선택약정할인은 단말기가 아닌 이동통신비 할인 정책이다. 매달 25%씩 할인받을 수 있으며, 1년 이상 해당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런데 매장이 사정을 잘 모르는 소비자에게 선택약정할인을 특별 할인이라 속여 약정 기간을 4년으로 길게 잡거나, 필요 없는 부가서비스를 넣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휴대전화를 구매하기 전 검색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가격과 조건을 정한 뒤 매장을 방문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갤럭시 노트10, 20만~30만 원 선, 기기 변경’ 등 조건과 가격을 적어 가 매장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서울 광진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업자는 “모든 매장이 소비자들의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발품을 파는 것이 구매 시간도 단축하고 호객 행위에 속지 않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02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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