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패션 [간호섭의 패션 談談]〈24〉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입력 2019-08-17 03:00 수정 2019-08-17 08:16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이번 광복절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3·1운동은 나라의 독립을 주장한 민주주의 저항 운동으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비폭력 투쟁이었지요. 가장 떠오르는 분은 바로 유관순 열사입니다. 유관순 열사의 모습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의 이미지입니다. 결연한 의지를 담은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이화학당 재학 당시 입었던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의 단순 명료한 모습은 3·1운동의 대표적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일제의 강점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얼이 담겨 있습니다. 훗날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을 기리고자 만든 소녀상에도 이런 이미지가 큰 중심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역사가 아닙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은 나라의 독립을 위한 운동이라기보다는 전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혁명이었습니다. 루이 14세(1638∼1715)가 완성한 절대주의 신권왕정(神權王政)을 통해 ‘짐이 곧 국가’라는 신념은 루이 16세(1754∼1793)까지 이어졌습니다. 왕이 군림하는 동안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졌죠. 아이러니하게도 루이 16세는 미국 독립혁명을 지원한 군사비 때문에 재정 궁핍에 빠지고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이러한 절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에는 ‘상퀼로트(Sans-Culotte)’라는 패션이 있었습니다. 귀족의 화려한 의상 중에 타이츠를 입은 듯 딱 맞고 앙증맞은 길이의 반바지인 ‘퀼로트’와는 대별되는, 혁명군이 입은 헐렁하고 긴 평상복 바지가 바로 상퀼로트입니다. 이에 혁명군은 스스로를 상퀼로트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 패션은 왕정으로부터의 독립, 곧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게 됐습니다.
예는 또 있습니다. 바로 체 게바라(1928∼1967)입니다. 체 게바라는 그가 혐오했던 자본주의의 미국에서조차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의 얼굴을 프린트한 티셔츠가 팔리고, 체 게바라 평전은 식지 않는 인기의 베스트셀러이며 그의 삶을 다룬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제작됐죠. 그는 어떻게 디지털 시대에도 남을 수 있는 시대적 아이콘이 되었을까요? 안락한 의사로서의 삶을 포기한 그의 신념, 그리고 남미 민중의 독립을 원한 그의 이상이었겠죠. 하지만 그 무형의 이미지를 살아 있는 아이콘으로 만든 유형의 이미지는 바로 베레모 패션입니다. 그의 신념과 이상을 담은 체 게바라의 베레모 패션은 곧 저항의 이미지, 기성과 타협하지 않는 이미지, 그리고 본인은 할 수 없으나 체 게바라를 닮고 싶은 욕망의 이미지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독립 패션’은 역사적으로 늘 존재해 왔습니다.
요즘 한일(韓日) 경제전쟁이 이슈입니다. 일본의 한 제조유통일괄형(SPA) 패션 브랜드도 이 전쟁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한국의 독립적인 SPA 브랜드가 하나쯤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된다면 마음껏 “독립 패션 만세”를 외쳐 보렵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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