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업 투자금지 등 日 극복 이슈로 국민연금 연일 ‘시끌’

뉴스1

입력 2019-08-15 08:12 수정 2019-08-1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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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 News1

국민연금 안팎에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에 대응해 취할 수 있는 카드로 전범기업 투자 금지, 국내 부품·소재기업 투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금 684조원(5월 기준)을 굴리는 자본시장의 ‘큰 손’인 만큼, 국민연금의 파괴력을 활용해 일본에 맞서자는 취지다. 다만 이 같은 견해에 대해 벌써부터 찬반이 평팽하게 엇갈리고 있어 해당 안건들이 정식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경우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다음달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및 가이드라인을 의결한 후 일본 전범기업 투자 금지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데, 이 문제를 국회에서 법률로 규정하기보단,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원칙에 따라 자체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이유에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 평가액은 총 5조6600억원이며, 2018년 말 기준 75개 종목 중 63개(84%) 전범기업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민이 납부하는 국민연금 기금으로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투자 방향이 바뀌지 않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전범기업 및 사회적 지탄을 받는 기업에 대한 투자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연금 내에선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는 이해하지만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금지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본이 경제보복 범위를 금융으로까지 확대할 가능성, 전범기업의 정의 모호 등이 국민연금 입장에서 고민되는 지점이다.

한 기금운용위원은 “국민연금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 후 일본 연기금이 우리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대응을 한다면 우리나라가 더 손해다. 나아가 경제보복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며 “전범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게 일본이기 때문에, 전범기업인지 여부를 놓고도 논의가 자칫 지지부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금지의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집단학살 또는 강제노역 등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업 리스트가 있다”며 “이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하면서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원칙을 구체화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별개로 이찬진 기금운용위원(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최근 국민연금이 가용 자금을 대체투자 방식으로 활용해 국내 부품·소재 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자는 취지의 안건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극일(克日) 방안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기금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81조4000억원으로 전체 기금 포트폴리오의 11.9%에 해당한다.

이 위원은 “애국 마케팅 차원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괜찮은 중장기 투자 전략일 수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한 후 다수가 동의한다면 국내 부품·소재 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를 대체투자 자산군 중 하나로 넣어서 운용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놓고도 내부에선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최우선 기준과 가치로 삼아야 한다.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런 탓에 이 위원의 제안이 기금위 회의 테이블에 정식 안건으로 오를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관행상 기금위원 3분의1 이상이 동의하거나 기금운용위원장이 상정해야만 안건으로 채택된다.

아직 기금위 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았으나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이달 말에는 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만약 회의가 개최된다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일본 이슈를 둘러싼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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