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약발’…강남재건축 호가 수천만원 ‘뚝’

뉴스1

입력 2019-08-15 07:32 수정 2019-08-1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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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News1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발표된 이후로는 매수 문의가 사라졌습니다. 급매물이 나와서 관심 고객들에게 연락을 드려도 가격이 1억원 이상 더 떨어지면 생각해보겠다고 하시네요.”(서울 송파구 A 공인)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한동안 가격 저지선에서 버티던 주요 단지들이 호가를 낮추기 시작하면서 집값 하락세가 전방위로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대표 재건축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 주택형이 최근 18억7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지난주 급매물 시세보다 3000만원 이상 떨어진 값이다.

해당 주택형은 6월 말 19억2000만원에 팔린 뒤 지난달엔 호가가 20억원까지 올랐었다. 이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거듭 예고하자 매수세가 주춤해지며 19억원 초반까지 떨어졌고, 집주인들은 19억원대를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기며 한동안 버텼다.

그러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공개하자, 가격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18억 후반대의 급매물이 다수 등장했다.

강남구에선 인기 재건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가 18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달 19억8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이 주택형은 이달 19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진 뒤 가격을 방어하다, 분양가상한제가 발표되면서 저지선이 무너졌다.

강남구 B 공인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거래가 되다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일부 집주인은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고 나가려 하는데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가 안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두 단지는 강남권 아파트 시세 ‘풍향계’로 불린다. 주택시장 악재와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집값이 가장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두 단지의 추이를 유심히 살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News1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시세를 리딩하는 두 단지가 다시 낙폭을 확대하는 것은 상징성이 있다”며 “인근 재건축인 미도아파트와 대치성원 등으로 하락세가 확산하고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원 조사에서 지난주 0.03%였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번 주 0.02%로 줄었다. 재건축 단지가 집값을 견인했던 강남 지역의 둔화세가 두드러졌다.

재건축 매수세가 사라지고, 집주인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분양가상한제로 사업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을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게 되는데, 분양가상한제로 분양 수입이 줄어들면 조합원이 그만큼 분담금을 지출해 메꿔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시세차익 가능성이 작아진다.

전문가들은 현재 재건축에 비해 상승 폭이 작았던 신축 단지들이 재건축을 따라 집값 ‘키 맞추기’를 하면서 거래가 돼 집값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재건축 낙폭이 더 커지면 신축 상승세도 계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투자수요 중심의 재건축은 집값을 이끌어가는 선발대, 실수요 중심의 일반 아파트는 재건축을 따라가는 후발대 성격이 강하다”며 “재건축이 약세로 돌아서면 신축이나 일반 아파트도 나 홀로 강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지금 분위기라면 한 달 후엔 1억원 이상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가 다수 등장할 수 있다”며 “서울 주택시장은 추석 전후로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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