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SOC예산 年 8조∼17조 부족… 2500조 민간여유자금 끌어들여야

황재성 기자

입력 2019-08-15 03:00 수정 2019-08-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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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인프라 투자] <하> 민자사업 활성화 커지는 목소리

“‘공공은 선(善)이고 민간은 악(惡)’이라는 프레임부터 버려야 한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축소로 SOC 국제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우려되면서 이의 해법으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관련 제도 개선과 함께 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패닉에 빠진 민자업계


국내 민자시장은 최근 패닉 상태다. 정부가 민간의 투자 의욕을 꺾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7월 민자사업으로 추진해오던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사업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바꾼 일이다. 두 사업 모두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10년 넘게 발이 묶여 있던 것을 건설사들이 사업방식 변경 등을 통해 되살린 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까지 통과한 상태였다.

대형 건설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적잖은 비용을 들여 민자사업을 발굴해 제안해봤자 정부가 재정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면 그만”이라며 “두 사업의 재정 전환으로 민자시장은 패닉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민자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명목으로 민자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민자사업 옥죄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민자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자업계는 관련 조직을 대폭 축소하거나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사실상 민자사업에서 손을 떼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2007년 117건에 달했던 민자사업은 2017년 6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이 건설업계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올해 초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의 국제경쟁력은 지난해 12위로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2016년 6위에서 2년 만에 6계단 추락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 정부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 시급


한국이 적정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SOC의 노후화 등을 대비하기 위해선 국내총생산(GDP)의 2.5% 정도를 SOC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 경우 SOC 지출 규모는 연간 45조6000억∼54조4000억 원 정도다. 정부의 SOC 예산 운용 방침 등을 감안할 때 연간 8조∼16조9000억 원가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민자 사업 활성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성현 대한건설협회 부장은 “민간 여유자금이 2017년 말 현재 2520조 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자금을 SOC 투자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복남 서울대 교수는 “선진국에선 인프라 투자의 55%가 민간인 반면 ‘공공은 선, 민자는 악’이라는 프레임에 사로잡힌 한국에선 10%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자 관련 제도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강승필 한국민간투자학회장은 “정부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없애는 등 민자사업의 공공성은 대폭 강화한 상태”라며 “이제부터는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협회는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에 보고서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건의’를 제출했다. 건의서에서 업계는 ‘최초 제안자 우대점수 현실화’ 등 8가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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