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재해 예방의 날에… 공사장 외벽승강기 참변

속초=이인모 기자

입력 2019-08-15 03:00 수정 2019-08-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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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아파트 건설현장서 3명 숨지고 3명 부상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공사용 승강기가 추락해 탑승자 3명이 모두 숨지고 지상에서 작업하던 3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은 외벽에 설치한 승강기의 해체 과정에서 승강기를 잡고 있던 구조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며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안전 부주의, 부실 시공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8분경 강원 속초시 조양동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 15층에서 ‘호이스트’로 불리는 공사용 승강기의 철거 작업 중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강기에 타고 있던 변모(38), 함모(35), 원모 씨(23) 등 3명이 숨졌다. 아래에서 작업하던 숨진 변 씨의 동생(35)이 다발성 골절상을 입었고, 40대 우즈베키스탄 국적 외국인 근로자 2명도 부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 바로 아래에서 일하던 이모 씨(56)는 “공중에서 비명이 크게 들려서 위를 쳐다보니 승강기가 추락하고 있어서 바로 몸을 피해 사고를 면했다”며 “잠시 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승강기가 떨어져 그곳으로 갔는데 작업자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사상자와 추락한 승강기, 구조물 잔해 등이 뒤엉켜 있었고 40여 분 만에 구조 작업을 끝냈다.

사고가 난 승강기는 31층 규모의 이 아파트 공사 현장 외벽에 설치된 전체 4기의 승강기 가운데 하나다. 최근 건물 내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공사가 끝나고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외벽 승강기 해체 작업이 시작돼 2기는 이미 떼어낸 상태였다. 이 승강기는 일반적으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건축용 자재 등을 나를 때 사용되며 아파트 시공사의 하도급 업체가 설치와 해체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은 공사용 승강기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승강기를 잡고 있는 구조물을 차례로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레일 형태의 수직 기둥인 마스트가 뜯겨 나가면서 승강기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밝혔다.

이날 참변을 당한 30대 형제 가운데 숨진 형 변 씨는 승강기에서 외벽 구조물 해체 작업을 담당했고, 동생은 지상에서 해체된 구조물을 옮기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초기 이 형제가 모두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동생이 목뼈 골절 등 다발성 골절을 입은 상태에서 발견돼 원주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승강기가 추락하면서 튄 파편에 맞아 찰과상을 입었지만 부상이 심하지 않아 스스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들은 의료진으로부터 치료 안내를 받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체류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출입국·외국인청과 함께 행방을 찾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현장 감식을 한 뒤 공사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부실 시공이나 안전의무 소홀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지하 5층, 지상 31층 규모의 아파트 1개동(232채)과 오피스텔, 상가 등을 갖추고 올해 12월 준공할 예정이었다. 이 아파트의 시공사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본사에서 안전보건팀을 속초로 내려보냈다.

한편 사고가 난 14일은 고용노동부가 매달 정기적으로 건설현장을 돌며 추락 예방 감독과 점검을 하는 ‘추락 재해 예방의 날’이었다.

속초=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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