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뒤졌다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 국수와 밀면’

뉴시스

입력 2019-08-14 14:19 수정 2019-08-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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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매개로 한국 근현대 식생활 변화양상을 조망한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 국수와 밀면’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1년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각지를 돌며 지역 고유의 국수와 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조사, 기록했다.

우리 식생활에 국수가 언제 어떻게 자리했는지를 살펴보고 전국의 다양한 국수와 시대성이 뚜렷한 부산 밀면을 다뤘다. 부산의 경우, 밀면과 밀면 가게를 심층 조사해 ‘피란 수도 부산’의 형성과 전개, 새로운 유입과 적응에 대한 이야기를 부산사람들의 생활상과 함께 풀어냈다.

국수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역사 기록과 문헌을 통해볼 때 고려시대 이전부터 국수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도경’ 등 여러 문헌이 국수의 역사와 조리방법, 국수의 의미를 기록하고 있다.

순한글 ‘국수’의 어원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사례편람’ ‘아언각비’ ‘금화경독기’ 등에 국수를 한자로 국수로 표현한 것으로 보아 국물에서 젓가락으로 움켜쥐어 먹는 면류, 또는 젓가락으로 움켜쥐어 먹는 면류 음식 이름으로 해석해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국수는 면 종류, 육수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발달했다. 지역마다 고유의 식재료를 사용해 국수를 만들었다. 이 음식들에는 지역 생활문화 특징과 양상이 담겼다. 제주도에서 잔칫날 돼지를 잡아 끓인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것에서 유래한 제주도 고기국수, 금강유역에서 잡은 생선을 넣고 끓인 국물에 국수를 넣어 먹는 생선국수, 척박한 토양에 메밀을 생산하여 면을 만들어 먹었던 강원도의 메밀국수가 대표적이다.

반가의 음식에서 안동의 대표적 향토음식이 된 건진국수, 뱃사람들이 먹던 음식에서 모두가 즐겨먹는 음식이 된 포항의 모리국수, 여름날 더위를 견디려고 먹던 전라도의 팥칼국수도 있다.

지역별 국수 발달에는 국수공장이 영향을 줬다. 1970~80년대 읍면에 1곳 이상 면(麵)을 뽑는 국수 공장이 있었다. 국수공장들은 소규모 국수 생산자여서 최고의 맛을 내는 국수 생산법을 찾아냈다. 이 과정을 통해 소규모 국수공장은 중면, 소면 등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국수를 생산했다.

특히 부산에는 피란민이 만든 국수인 밀면이 있는데, 밀면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500곳이 넘을만큼 대표 지역음식이다.밀면은 경상도 이외 지역 사람들에게는 생소하다 서울에 국수나 냉면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지만, 밀면 음식점은 적은 편이다. 부산 서구 토성동에서 밀면가게를 운영 중인 김명학씨는 “밀면 맛이 강하고 자극적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밀면의 유래 증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북한에서 온 피란민들이 냉면을 그리워 냉면을 대체할 음식으로 고안했다는 설이다. 부산 우암동에 있는 식당 ‘내호냉면’에서 밀면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피란민이 차린 내호냉면에서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함흥식 국수 ‘농마국수’를 팔았는데, 전분을 구하기 어려워 당시 보급품인 밀가루로 만들어 판매했던 국수가 최초 밀면이라는 것이다. 진주에서 즐겨 먹던 해산물을 이용해 육수를 낸 밀국수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1925년 경상남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진주 밀국수가 부산으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진주 밀국수 유래설은 현재 밀면과 많이 달라 그 가능성이 가장 희박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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