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도 실패한 신선식품 장보기…마켓컬리, 성공비결 ‘이것’ 때문

뉴스1

입력 2019-08-13 08:50 수정 2019-08-13 10:5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News1


아마존마저 실패했던 온라인 신선식품 장보기 서비스를 한국의 스타트업이 성공해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마켓컬리’다.

마켓컬리는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7시까지 고객의 문 앞으로 배달해주는 ‘샛별배송’을 선보이며 유통업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우려와는 달리 신선식품의 품질과 신선도에서 합격점을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5년 9만여 건에 불과했던 샛별배송 건수는 지난해 376만여 건을 기록했다. 매출도 같은 기간 30억원에서 1571억원으로 급증했다. 아직은 적자 상태지만 최근 적자 폭도 줄어드는 추세다.

마켓컬리가 아마존도 성공하지 못한 신선식품 배송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마켓컬리 본사에서 강성주 마켓컬리 물류운영 총괄과 노상래 데이터농장팀 팀장을 만나 그 해답을 들었다.

◇수요예측 시스템,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마켓컬리 본사에서 강성주 마켓컬리 물류운영 총괄과 노상래 데이터농장팀 팀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마켓컬리 제공)

이들은 성공비법으로 ‘데이터를 물어다 주는 멍멍이’(이하 데멍이)를 꼽았다. 마켓컬리를 ‘스타 기업’으로 만든 것은 샛별배송이지만 데멍이가 뒤에서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전복은 바닷물 밖으로 나오면 곧 죽어버린다. 전날 오후 10시에 주문한 완도산 생물전복이 다음 날 새벽 살아 꿈틀거리는 채로 서울의 가정집 앞에 도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데멍입니다”

마켓컬리의 ‘매출·물류 예측 시스템’이자 ‘주요지표 전사 공유 시스템’인 데멍이는 신선식품의 폐기율을 일반 대형마트(2~3%)의 절반 이하인 1% 수준으로 관리해 준다. 데멍이가 샛별배송의 든든한 조력자라 할 수 있다.

하루 배송을 약속하는 온라인 쇼핑몰들은 상품을 직매입해 자사 물류창고에 가져다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빠르게 배송을 시작한다. 그런데 신선식품의 경우 하루 이틀만 지나도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수요보다 많은 상품을 매입하면 폐기율이 높아져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악화한다.

하지만 상품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아 품절률이 높아지면 ‘고객경험’이 나빠진다는 딜레마가 있다. 폐기율과 품절률을 동시에 관리하기 위해서는 수요 예측이 필수적이다.

데멍이의 예측 시스템은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통해 움직인다. 예를 들어 완도산 생물전복의 수요를 예측한다면 데멍이는 지난 12주간 해당 상품의 판매 데이터를 척추가 되는 주요 원데이터로 추적해 활용한다.

마켓컬리 수요예측 시스템. (마켓컬리 갈무리)


이 데이터는 분 단위이기 때문에 하루에 3600건의 데이터, 12주에 30만2400건이라는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물론 최근 3주간의 데이터에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날씨나 마케팅 프로모션 등도 기존 학습된 알고리즘을 이용해 수요 예측에 반영한다.

노 팀장은 “백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다음 주 예측치를 만든다”며 “물류팀 등에서 인력 등 운영계획을 세우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예측 데이터를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멍이의 또 다른 기능…친숙한 데이터 공유

노 팀장은 “데이터 과학, 굉장히 멋있고 고도화된 부분이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가들이 동료들에게 이를 전달할 수 있을 때 좀 더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딱딱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에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라는 깜찍한 이름이 붙은 이유다. 데멍이를 작명한 노 팀장은 “데이터가 비개발자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며 “친숙하게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데멍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설명했다.

주요지표의 전사 공유 시스템은 데멍이의 또 다른 주요 기능이다. 데멍이는 매일 오전 10시 전날 매출과 고객수 등 주요 현황을 공유한다. 또 30분 단위로 현 매출액과 당일 운영 마감시 예상 매출액도 전달한다.

강 총괄은 “많은 기업이 데이터 활용을 강조하지만 정작 현업과 데이터팀이 분리돼 현업에서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가 유용한 것도 중요하지만 친숙한 것도 중요하다”며 “여기서는 ‘빨리 멍멍이 확인해~’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데멍이라는 이름으로 구성원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데이터는 마켓컬리에 크고 작은 변화를 불어넣고 있다. 강 총괄은 “데멍이 덕분에 구성원들이 데이터에 기반해 설득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신선함의 두 번째 비결…어디에서도 ‘풀콜드’

© News1

“산지에서부터 풀콜드, 이동할 때도 풀콜드, 기다릴 때도 마켓컬리는 풀콜드” 마켓컬리가 TV CF에서 샛별배송과 함께 강조한 것이 풀콜드다.

마켓컬리의 냉장유통방식인 ‘풀콜드’는 일반 콜드체인과 무엇이 다를까. 강 총괄은 “입고 단계부터 배송까지 다 콜드체인을 통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가면 상온에서 진열된 과일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켓컬리에는 이런 경우가 없다. 산지에서 냉탑 화물차에 실어 보내거나 여의치 않으면 마켓컬리의 냉탑 화물차가 산지까지 가서 가져오기 때문이다.

콜드체인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마켓컬리는 창업 전 ‘데일리쿨’의 배송사업을 인수해 냉탑 화물차를 80여대 확보했고 현재는 100여대로 확대했다. 외부 차량까지 합하면 하루에 냉탑 화물차 500~600여대가 배송한다.

소비자가 살아있는 완도산 전복을 받아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완도산 전복을 활어차에 담아 물류센터로 가져가고 여기서 바닷물과 산소를 주입하는 ‘산소 포장’을 거쳐 냉장이 가능한 화물차를 이용해 고객의 집 앞으로 전달한다.

강 총괄은 “어차피 박스 안에 냉매가 들어가는데 냉장·냉동 차량이 아닌 상온 차량이 배송하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남들이 어떻게 하든 원칙을 지켜서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