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구서 올게 뻔한 美중재 요청 안해… 도와달라 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 돼”

문병기 기자

입력 2019-08-13 03:00 수정 2019-08-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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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안보분야 외부 의존 높으면 부품소재 같은 문제 생길 수 있어
日전략물자 진짜 영향은 손 한줌, FTA는 제2 강제병합… 협상 깼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사진)은 12일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에 가서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왜 중재를 요청하겠는가”라며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일본의 전략물자 중) 우리에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손 한 줌 된다”며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의 타격이 크지 않다고도 했다.

김 차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중재는 둘 중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미국 방문은 우리 입장을 객관적인 차원에서 설명하고 미국의 입장을 듣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지난달 12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및 의회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미국이 일본의 한국 식민통치를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언급하며 “미국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 생각하면 (한일 갈등에) 관여할 것이고, 무장한 일본을 통해서 아시아 외교정책을 하겠다 하면, 그렇지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국은 7초 후에 알아낼 수 있지만 알래스카까지 가는 데는 15분이 걸린다. 지정학적 중요성이 딱 나온다”고 했다. 미국이 한미일 안보 공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일 갈등에 개입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차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에 대해선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국방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 분야에서 외부 세력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부품·소재처럼 똑같은 문제가 안 생긴다는 법이 없다”며 “일본은 8개를 갖고 있는 정찰용 인공위성을 (우리도) 쏴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해선 “일본의 전략물자가 1194개”라며 “이 중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했던 그는 “당시 한일 FTA를 하면 제2의 한일 강제병합이 될 것 같다고 보고해 협상을 깼다”며 “그 뒤 부품·소재 분야 기술력이 10년간 16%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 있는 과학자들을 모셔왔던 박정희 전 대통령 때처럼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자를 많이 모셔와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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