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백색국가 제외’에 1735개 품목 수출제약…상응조치 피했다

뉴시스

입력 2019-08-12 19:55 수정 2019-08-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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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실시한 지 한 달여 만에 우리 정부도 일본을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키로 결정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자 국제법 등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에서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전략물자 품목을 지금보다 깐깐히 살펴보기로 했다는 점에서 시장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래도 일본처럼 구체적인 품목을 지정하지는 않았다. 수출규제 강도도 당초 예상보다는 약하다는 분석도 많다.


◇수출 우대국에서 일본 빼지만 상응조치 아니라는 정부


12일 정부가 발표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보면 전략물자 수출지역에 ‘가의2’ 지역을 신설하고 일본을 여기로 분류했다. 현재 ‘가의2’ 지역으로 분류된 나라는 일본 한 곳뿐이다. 정부는 4대 국제수출통제 가입국 가운데 기본 원칙에 맞지 않게 제도를 운용하지 않은 나라를 ‘가의2’ 지역으로 넣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보면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가’ 지역에 포함된다. 이 외에 국가는 ‘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가’ 지역을 ‘가의1’, ‘가의2’ 2개 지역으로 세분화했다. 따라서 전략물자 수출지역 구분은 앞으로 총 3개 지역으로 나눠 운영된다.

산업부는 매년 1회 이상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왔다. 이번 개정안 역시 통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으로 최근 일본과의 경제갈등 국면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일본을 ‘가의2’ 지역으로 분류한 근거로 “국제 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부적절한 운영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국가와는 긴밀한 국제 공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제법 상 상응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서 우리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WTO 협정에서 회원국은 위반 여부를 직접 판단해 일방적 무역조치를 취하지 말고 WTO 분쟁해결제도에 회부해 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번 수출입고시 개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도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국내법과 국제법 선례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상응조치가 아니다”며 “WTO 제소와 관련해서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을 두고 일본 수출규제의 대응조치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처럼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고 단순히 제도만 고친 상태이기 때문에 ‘거울입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까다로워지는 전략물자 수출 요건에 기업 피해 최소화 ‘관건’


산업부에 따르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에 적용을 받는 품목은 1735개다. 이 가운데 민감품목은 597개이며, 비민감품목은 1138개로 나눠진다. ‘가의2’ 지역에 대한 수출통제 수준은 원칙적으로 ‘나’ 지역의 수준을 적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율준수기업(CP)에 내주고 있는 사용자포괄허가의 경우 ‘가의1’ 지역에만 허용하고 ‘가의2’ 지역에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허가를 내주는 식이다. 이런 예외적인 허용은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하거나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을 맺어야 가능하다.

개별수출허가의 경우 제출서류가 ‘가의2’ 지역은 5종이 필요하다. 이는 ‘가의1’ 지역의 3종보다 많다. 일본으로 수출하려는 기업은 기본 서류인 신청서와 전략물자 판정서, 영업증명서에 추가로 최종수하인 진술서, 최종사용자 서약서를 내야 한다.

개별허가 심사 기간도 ‘가의1’ 지역은 5일 이내이지만 ‘가의2’ 지역은 15일 내로 늘어나면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비전략물자에 적용하는 상황허가(캐치올 규제) 심사도 더욱 강화된다. ‘가의1’ 지역은 ‘인지’와 ‘통보’ 요건에 해당하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가의2’ 지역은 여기에 ‘의심’ 요건도 추가된다. 이는 수출자가 해당 물품이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쓰일 의도를 알았거나 의심이 될 경우에 해당한다.

비전략물자 상황허가는 원칙적으로 산업부장관이 허가하고 군수품 및 원자력 관련 일부 품목은 각각 방사청장과 원안위원장이 허가한다. 이에 국내 수출기업에 적용하는 규제만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박 실장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한 수출통제체제는 민간의 정상적인 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이번 수출입고시 개정이 양국의 수출 전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NHK 보도에 따르면 이날 외무성의 한 간부는 “즉시 큰 영향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통상적인 고시개정 절차에 따라 20일간의 의견수렴과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성 장관은 “의견수렴 기간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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