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앙상블, 역동적 리듬… 올스타다웠다
평창=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8-12 03:00 수정 2019-08-12 03:00
리뷰 / 평창대관령음악제 폐막연주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강원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10일 열린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 폐막 연주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정밀하고 역동적인 악단과 이들의 기량을 제대로 살려준 지휘자, 요령 있는 선곡, 휴가지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맞아떨어진 명연이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유럽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단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세계 오케스트라의 올스타’를 모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착안했을 법한 콘셉트다. 이런 비상설 악단은 특정 시즌에 단기간 연습하므로, 안정된 앙상블이 정착하기 쉽지 않다는 불리함도 있다. 하지만 10일 공연은 여봐란 듯이 이런 선입견을 깨뜨렸다. 첫 곡인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발전부 시작 부분 현의 투명한 울림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었다. 이지혜 악장은 시종일관 큰 몸짓의 운궁(運弓)으로 현 파트를 능동적으로 주도해나갔다.
첫 곡 ‘핑갈의 동굴’과 두 번째 곡인 블라디게로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마지막 곡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작곡가들이 각각 탄생 210주년, 탄생 120주년, 서거 150주년인 ‘기념연도’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지극히 회화적인 작품이라는 점이다. 매 순간 큰 화첩(畵帖)이 새로이 펼쳐진다. 올해 이 음악제의 주제인 ‘다른 이야기’와 맞아떨어진다. 오케스트라는 치밀한 앙상블과 지휘자의 요구에 완벽히 반응하는 유기적인 색상으로 프로그램의 회화성을 살려냈다.
불가리아의 음악적 대부인 블라디게로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솔로를 맡은 스베틀린 루세브에게 ‘간판곡’과 같다. 불가리아 출신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악장을 지내 친숙한 얼굴인 루세브는 민속 리듬에 바탕을 둔 이 곡의 질기고 탄력 있는 리듬, 그 육식성(肉食性)을 손에 잡힐 듯이 살려냈다. 관현악이 그 배경에 화려한 꽃받침을 수놓았다.
스페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인 파블로 곤살레스는 앞의 곡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에서도 신기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악단의 신선함과 정밀함에 함께 도취되는 모습이었다. 프레이즈(분절)는 늘어지지 않고 간명했다. 알펜시아 뮤직텐트는 중음역을 위주로 다소 반향음이 큰데, 그런 공간의 특성에 잘 맞아떨어졌다. ‘마녀들의 향연’을 그린 마지막 5악장에서 지휘자들은 템포를 순간순간 바꾸거나 강약 대비를 과장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날 연주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또렷하고 설득력 있는 소리의 그림이 그려졌다.
연주가 끝나자 단원들은 무대 뒤로 퇴장하는 대신 서로 껴안았고, 무대 위에서 어울려 사진을 찍고 환호했다. 관객 일부도 이들과 어울렸다. ‘아래 세상’에선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지만, 축제가 막을 내린 이곳은 9월 저녁이 연상되는 선선한 밤이었다.
평창=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10일 평창대관령음악제 폐막 공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에 출연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치밀한 합주력과 정밀한 표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올스타는 올스타의 값을 했다. 젊음은 젊음의 값을 했다. 축제는 축제다웠다.강원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10일 열린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 폐막 연주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정밀하고 역동적인 악단과 이들의 기량을 제대로 살려준 지휘자, 요령 있는 선곡, 휴가지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맞아떨어진 명연이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유럽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단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세계 오케스트라의 올스타’를 모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착안했을 법한 콘셉트다. 이런 비상설 악단은 특정 시즌에 단기간 연습하므로, 안정된 앙상블이 정착하기 쉽지 않다는 불리함도 있다. 하지만 10일 공연은 여봐란 듯이 이런 선입견을 깨뜨렸다. 첫 곡인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발전부 시작 부분 현의 투명한 울림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었다. 이지혜 악장은 시종일관 큰 몸짓의 운궁(運弓)으로 현 파트를 능동적으로 주도해나갔다.
첫 곡 ‘핑갈의 동굴’과 두 번째 곡인 블라디게로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마지막 곡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작곡가들이 각각 탄생 210주년, 탄생 120주년, 서거 150주년인 ‘기념연도’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지극히 회화적인 작품이라는 점이다. 매 순간 큰 화첩(畵帖)이 새로이 펼쳐진다. 올해 이 음악제의 주제인 ‘다른 이야기’와 맞아떨어진다. 오케스트라는 치밀한 앙상블과 지휘자의 요구에 완벽히 반응하는 유기적인 색상으로 프로그램의 회화성을 살려냈다.
불가리아의 음악적 대부인 블라디게로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솔로를 맡은 스베틀린 루세브에게 ‘간판곡’과 같다. 불가리아 출신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악장을 지내 친숙한 얼굴인 루세브는 민속 리듬에 바탕을 둔 이 곡의 질기고 탄력 있는 리듬, 그 육식성(肉食性)을 손에 잡힐 듯이 살려냈다. 관현악이 그 배경에 화려한 꽃받침을 수놓았다.
스페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인 파블로 곤살레스는 앞의 곡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에서도 신기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악단의 신선함과 정밀함에 함께 도취되는 모습이었다. 프레이즈(분절)는 늘어지지 않고 간명했다. 알펜시아 뮤직텐트는 중음역을 위주로 다소 반향음이 큰데, 그런 공간의 특성에 잘 맞아떨어졌다. ‘마녀들의 향연’을 그린 마지막 5악장에서 지휘자들은 템포를 순간순간 바꾸거나 강약 대비를 과장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날 연주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또렷하고 설득력 있는 소리의 그림이 그려졌다.
연주가 끝나자 단원들은 무대 뒤로 퇴장하는 대신 서로 껴안았고, 무대 위에서 어울려 사진을 찍고 환호했다. 관객 일부도 이들과 어울렸다. ‘아래 세상’에선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지만, 축제가 막을 내린 이곳은 9월 저녁이 연상되는 선선한 밤이었다.
평창=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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