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예산 510조 안팎… 文정부서 100조 넘게 늘어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19-08-12 03:00 수정 2019-08-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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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69조보다 8~9% 증액 전망

내년 정부 예산이 510조 원 안팎으로 편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예산이 400조500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 지출이 3년 만에 110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예산과 일자리 및 복지 예산을 중심으로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부처 관계자는 11일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내년 경제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 요인으로 경기가 계속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확장적 재정으로 성장을 떠받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은 올해(469조6000억 원)보다 약 8∼9% 늘어난 507조∼5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5월 말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총지출 요구 규모인 498조7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당시 부처는 기재부에 올해 예산 대비 6.2% 늘어난 예산을 주문했다.

올 하반기 들어 미중 무역분쟁이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본 수출 규제까지 겹치자 정부는 예산 증가 폭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을 검토해 왔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인상 폭인 7.3%를 상회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예산 수요가 증가해 당초보다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은 소재부품 관련 R&D와 복지 및 고용 분야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재부품 업체들이 시제품을 만들거나 상용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예산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R&D 예산 규모는 22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복지 고용 등에 들어가는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인 185조 원 안팎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성장률 하락으로 민간 시장의 일자리 창출 여력은 떨어지고 있고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복지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2017년 129조5000억 원에서 2018년 144조7000억 원, 올해 161조 원으로 상승해 왔다.

재정을 확장적으로 편성해 경기를 지탱할 필요성은 있지만 기업 활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세입 여건이 재정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많다. 8월 재정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56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7조2000억 원)보다 1조 원 줄었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점을 감안하면 세입 여건이 짧은 기간 내 개선되기도 쉽지 않다.

현재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후반대로 양호한 편이지만 정부 지출이 급속도로 늘면서 채무 비율이 가파르게 오른다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정부와 국회가 중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을지 합의가 필요하다”며 “내년이나 이번 정권만 단기적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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