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한달새 5%하락… “달러당 1250원까지 갈 수도”

이건혁 기자

입력 2019-08-12 03:00 수정 2019-08-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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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日 수출규제 겹쳐… 아르헨-남아공 이어 세번째 낙폭
위안화와 상관관계 높아져 부담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수출 갈등 등 대내외 악재 영향으로 약 1개월 동안 5%가량 하락했다. 세계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과 이달 7일의 원-달러 환율을 비교해 통화가치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원화 가치는 5.0%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6월 말 1154.7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7일 1214.9원으로 60.2원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원화가치 하락폭은 한은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주요 10개 신흥국 가운데 3번째로 큰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자를 가리기 위한 예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페소화 가치가 6.6% 떨어져 하락률이 가장 컸다. 공기업의 대규모 적자 우려가 불거진 남아공(-6.3%)의 통화가치 하락폭이 2번째로 컸다.

한국의 원화가치가 하락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중국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로 맞섰다. 그러자 미국은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두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다만 한국 원화 가치 하락폭이 중국 위안화(2.5%) 등 다른 아시아권 신흥국보다 큰 건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는 악재까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은의 시장동향 분석 보고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원화 약세 기대감이 지속됐다. 여기에 예상보다 덜 완화적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환율이 대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은 시장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5일 1215.3원까지 오른 뒤 9일 1210.5원으로 떨어지며 급등세가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면 타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이 경기 침체에 대응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기대도 원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의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늘어난 뒤 원-달러 환율은 중국 위안화 가치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왔다. 중국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이 위안화 고시환율을 7거래일 연속 올리는 등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위안화 약세로 맞서고 있다. 이에 BoA메릴린치, 씨티 등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5위안 안팎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금융사들은 달러당 원화 가치가 1200원 중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환율전쟁이 계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가 진행되던 시기의 달러당 125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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