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 “자신감 넘쳤는데 잇단 쓴맛, 세계서 통할 강심장 돼야죠”

제주=정윤철 기자

입력 2019-08-09 03:00 수정 2019-08-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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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퍼]전반기 4승 국내 대세 최혜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대세’로 떠오른 최혜진이 9일 개막하는 후반기 첫 대회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퀸’ 고진영, KLPGA 다승 2위 조정민 등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올 7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아시아나 항공오픈에서 샷을 날리고 있는 최혜진. KLPGA 제공
“월요일(5일) 저녁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잠을 정말 많이 잤어요. 시차 적응은 아직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젊음의 힘’이랄까?(웃음)”

프로 2년 차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세’로 떠오른 최혜진(20·롯데)에게서 ‘겁 없는 스무 살’의 당당함이 느껴졌다. KLPGA투어 전반기에 4승을 거두며 다승 1위를 질주 중인 최혜진은 9일부터 제주 오라CC에서 열리는 후반기 첫 대회 삼다수 마스터스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에게 이 대회는 아픔을 딛고 다시 날아오를 기회이기 때문이다. 8일 만난 그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내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제주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다”라고 말했다.


○ “다시 출발점에 섰다”

최근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프랑스)과 브리티시여자오픈(영국)에 연달아 출전한 뒤 귀국했다. 2주가 넘는 ‘원정’에 대비해 즉석밥, 김치를 챙겨가고 출국 전까지 스윙을 가다듬은 그였다. 하지만 그는 에비앙챔피언십에서는 공동 49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컷 탈락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국에서 상승세를 탄 뒤에 출전하다 보니 기대를 많이 했어요. 연습 라운드 때 감각도 좋았는데 실전에서 무너지니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직 나는 멀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부상도 있었다. 그에게 “인스타그램에 ‘눈 잘 뜨고 다니자’는 해시태그를 올린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부상 때문이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에비앙챔피언십을 앞두고 코스를 도는데 러프에 파묻혀 있던 스프링클러를 못 보고 밟아 오른쪽 발목을 세게 삐었어요. 테이핑을 하고 얼음찜질도 했는데도 아프더라고요.”

아쉬움 속에 귀국했기에 마냥 쉴 수는 없었다. 잠을 자다가 눈이 떠지면 경기 용인 자택 근처 헬스장을 찾아 땀을 흘렸다. 별명이 ‘펭귄’인 그는 얼음 위에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서 목표 지점을 향해 걷는 펭귄처럼 실패를 딛고 일어서겠다는 각오다. “나 스스로 만족할 수준의 선수가 될 때까지 노력할 겁니다. 쇼트게임도 보완하고, 큰 무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심장을 가진 선수가 되고 싶어요.”


○ “우정과 존경심은 잠시 접어둘 것”

최혜진은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LPGA투어 메이저 퀸’ 고진영(24), KLPGA투어 다승 공동 2위(2승) 조정민(25)과 한 조로 경기를 펼친다. 그는 “정민 언니는 ‘절친 선배’, 진영 언니는 ‘롤 모델’이기에 (1라운드가) 기대된다”면서도 “나도 열심히 경기를 펼쳐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정민과 최혜진은 용인에서 함께 운동을 하면서 친해졌다. 그래도 양보 없는 승부를 예고했다. 조정민은 “휴식기 동안 타구 분석이 되는 트랙맨 장비를 장만해 세밀한 훈련을 했다. 상반기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진영처럼 장차 LPGA투어 진출을 꿈꾸는 최혜진은 “진영 언니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영어 공부도 하고, 훈련도 체계적으로 하면서 (미국 진출을) 준비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배우면서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거주 중인 제주도로 ‘금의환향’해 가족들과 아귀찜을 먹으며 재충전한 고진영은 “(최)혜진이는 LPGA투어에 와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다. KLPGA투어에서 함께 경기한 지가 꽤 된 것 같은데…. 요즘 (혜진이가) 너무 잘하고 있어서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재밌게 경쟁해 보겠다”고 말했다.

제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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