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매도 규제, 언제든 시행”… 증시안정 실효성 논쟁 가열

김자현 기자

입력 2019-08-08 03:00 수정 2019-08-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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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하락 예상해 차익 노리고 투자… 이달 外人 하루평균 3600억 공매도
개미들 “주가 변동성 커” 폐지 요구
정부, 시장 안정위해 규제강화 예고… 일각선 “충격 완화 순기능” 주장도


미중 간 무역전쟁과 환율전쟁 여파로 5, 6일 이틀 동안 주가가 폭락하고 시가총액이 약 75조 원이 증발하자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차익을 챙기는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며 공매도 폐지까지 주장한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위험 회피 등 공매도의 순기능이 있는 데다 이번 주가 하락에는 대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들며 공매도를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고 “준비한 비상계획에 기초해 증시 수급 안정 방안,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등을 적기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검토를 충분히 마쳤고,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다”고 힘을 실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파는 매매 기법이다. 보통 주가 하락이 예상될 경우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서 차익을 얻는다.

공매도 규제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증시가 폭락할 때마다 공매도는 공공의 적으로 지목받곤 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크다. 물량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같은 큰손 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6일까지 외국인투자가와 기관투자가는 각각 하루 평균 3630억6900만 원, 1863억3300만 원을 공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52억2342만 원에 그쳤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 대차잔액이 늘고 있다는 점도 개인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대차잔액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으로, 주로 공매도에 활용된다. 대차잔액이 늘어나면 앞으로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6일까지 주식 대차잔액은 58조1633억900만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작년 8월 대차잔액이 53조 원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에 5, 6일 이틀 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세력에 개인투자자들은 재산을 강탈당하고 있다”며 공매도 중단을 주장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공매도 규제의 실효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금융당국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증시 변동성 확대의 대응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장을 둘러싼 부정적 정보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해 시장의 변동성과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섣불리 한국만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외국인투자가들이 투매 후 증시를 떠나며 ‘2차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가 없다고 주가가 오를지 의문”이라며 “하루 이틀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가격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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