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내게 맡기고 넓게 사세요”… 공유 창고 뜬다

강홍구 기자

입력 2019-08-07 03:00 수정 2019-08-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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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공간의 외장하드’ 각광

1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국내 셀프 스토리지 업체 ‘다락’의 서울숲점에서 업체 관계자가 공유 창고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고객은 5종류의 공간 중 자신이 원하는 크기를 선택해 짐을 맡길 수 있다.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창고는 고객 전용 전화도 운영한다. 국내에는 업체 수십 곳이 영업하고 있지만 다락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업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 한편에 달린 하늘색 철제대문이 눈길을 끌었다. 방문자 확인을 거쳐 안으로 들어간 곳은 주차장과는 전혀 다른 의외의 공간이었다. 밝은 조명에 벽면마다 빼곡히 문이 설치돼 있었다. 손수레에 종이상자를 싣고 온 한 중년 남성이 차례차례 짐을 내렸다. 1일 찾은 셀프 스토리지(Self-Storage) 업체 ‘다락’ 서울숲점(서울 성동구)의 모습이다.


○ 3040 타깃으로 성장하는 ‘공유 창고’


공유 경제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창고 공간을 공유하는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원하는 공간에, 필요한 기간만큼 물건을 맡길 수 있는 도심형 공유 창고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한 산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문을 연 다락은 누적 고객 26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 고객 대 법인 고객의 비율은 약 7 대 3. 개인 고객의 절반 이상은 30, 40대다. 1인 가구 비중도 20% 이상이다.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의류, 침구류 등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짐들을 맡기기 위해 셀프 스토리지를 찾는 고객이 많다는 것이 다락 측의 설명이다. 비용은 면적에 따라 최소 월 3만∼20만 원으로 다양하다. 1m, 세로 1m, 높이 0.4m 공간이면 약 3만 원을 받는다.

주거 공간의 제약으로 자신만의 여유 공간을 갖지 못한 이들도 이곳을 찾는다. 취미용품 등 자신만의 컬렉션을 보관하기 위해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부터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직장인 김민수 씨(34)는 “피규어 등 개인 취미용품을 주로 맡긴다. 최신 제품은 집에 일부 보관하고 나머지는 이곳으로 가져온다”고 말했다. 다락의 공동창업자인 김정환 이사(37)는 “주거공간에 외장하드를 달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공간의 효율을 높여 큰 집에 살지 않아도 충분히 넓게 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강남 서초 마포구 등에 지점 7곳을 운영 중인 다락은 연내에 10곳 이상 새 지점을 늘릴 계획이다.


○ 미국은 10가구 중 1곳이 이용

현재 국내에는 다락 이외에도 싱가포르계인 ‘엑스트라 스페이스 셀프 스토리지’ 등 외국계 셀프 스토리지 업체도 영업 중이다. 기업들이 많고 임대료가 비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업체 수십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큰 규모의 업체는 많지 않다. 지점 한두 곳만 가지고 운영하다 문을 닫는 곳도 적지 않아 고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셀프 스토리지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계적으로는 미국에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이 가장 활성화됐다. 4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주거비가 높고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캠핑이나 파티용품 같은 물건을 보관하려는 목적으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4만5000∼5만2000개의 셀프 스토리지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임대 가구 비율은 9.4%로 약 10가구 중 1가구꼴이다.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등이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발전한 국가로 꼽힌다. 유럽 전체 시설의 82%를 6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6000억∼7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향후 5년 내 1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제 구조와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는 현실에 비춰보면 국내에서도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기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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