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력, 이란-터키보다 적어… 기업들 “우리가 직접 키우자”

황태호 기자

입력 2019-08-06 03:00 수정 2019-08-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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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만8000명-中 1만8000명… 韓은 작년 2600여명으로 태부족
LG, 美 -캐나다 대학에 위탁 교육
SKT 등도 국내대학과 커리큘럼… 인공지능 인재 입도선매도 추진


‘인공지능(AI) 인력난’에 빠진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직접 AI 인력을 육성하는 사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두 나라 모두 채용시장에 나오는 인력만으로는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AI 인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AI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올해 4월 시행한 해외 대학 위탁교육 프로그램 수료자들이 이달 말부터 복귀해 현업에 배치된다. 이 프로그램은 사내 석·박사급 개발자 중에서도 우수 인력을 선발해 미국 카네기멜런대, 캐나다 토론토대 등 우수 대학에서 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다. 선발된 12명은 16주간 각 대학에서 담당교수의 일대일 지도를 받으며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AI 프로젝트의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 분야 연구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멘토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또 올해 1월부터 KAIST와 ‘LG전자-KAIST 인공지능 고급과정’을 개설해 연구원들 대상으로 심화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성과를 평가한 후 위탁교육 프로그램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등은 한양대 등 국내 대학들과 손잡고 AI 커리큘럼을 공동 개발했다. 이 과정 졸업생 중 우수한 인력을 회사로 데려오는 ‘인재 입도선매’까지 추진하고 있다.

AI 기술력이 산업계의 차세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일본에선 신입사원을 AI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기업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최대 에어컨 제조사인 다이킨공업은 2022년까지 AI와 무관한 사원을 포함해 1000명을 AI 전문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사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AI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신입사원들은 일반 대학원에 버금가는 2년간의 과정을 밟는다. 오사카대 등 유수 대학에서 6개월간 맞춤형 강의를 듣고, 이후 반년 동안 데이터 분석 등 실습을 진행한다. 나머지 1년은 현장에 배치돼 AI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한다. 유지 요네다 다이킨 기술혁신센터장은 “이대로는 급증하는 AI, 데이터 분석 수요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회사에 필요한 AI 인력을 직접 육성하고 나선 건 두 나라의 산업규모에 비해 관련 분야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 칭화대가 지난해 발표한 AI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AI 인력은 각각 2만8000여 명과 1만8000여 명에 이르는 데 비해 한국과 일본은 그 10분의 1 수준인 2000∼30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란(6219명), 터키(3385명)보다 적은 숫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달 한 행사에서 “AI 분야에서는 일본은 개발도상국”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직된 학제 등의 문제로 교육시장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며 “그나마 국내에서 배출되는 소수 인재는 삼성전자, 네이버 등이 독식하고 있어 기업이 직접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도, 중국 등에서 인재를 유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중국 인재는 자국 내 수요가 엄청난 데다, 인도 등지의 우수 인재는 대부분 미국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서상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프로젝트를 외국인에게 맡기기 힘들다는 점도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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