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소재부품 공장 함께 지으면 규제완화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19-08-05 18:26 수정 2019-08-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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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ㆍ부품ㆍ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News1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소재 부품 장비 공장을 공동으로 지으면 수도권 내 산업단지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해당 공장이 불산 등 화학물질을 생산하면 정부가 환경 관련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준다.

아울러 대기업이 계열사에서 핵심 소재와 부품을 조달하는 경우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빼주기로 했다.

일본에 의존해오던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빠른 시일 내 국산화하기 위해 수도권, 환경, 대기업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정부는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놨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소재·부품공장 건립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은 정부 지원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과정에서 협력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간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의 납품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소재·부품 연구개발(R&D)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대기업은 제품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중소기업 상품을 쓰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R&D부터 시제품 개발, 양산까지 함께 하면 생산 확대, 안정적 납품, 기술력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가 이를 위해 내놓은 ‘당근’은 규제완화와 세제 및 예산지원이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소재부품 생산을 위한 공장을 만들면 수도권 산업단지를 우선 배정하고 부지가 부족하면 추가 물량을 내주기로 했다.

수도권 내 산업단지는 올해 1분기(1~3월) 현재 경기 177개, 서울 3개, 인천 15개 등 총 195개다. 국토교통부는 3년에 한 번씩 수도권 물량을 배정하는데 앞으로는 소재부품 관련 공장에 이를 우선 배정할 방침이다.

3월 SK하이닉스 용인 공장이 수도권정비위원회를 통과해 산업단지를 특별 배정받은 것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짓는 소재부품 시설에 대해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한강 수계 등과 직접 맞닿아있지 않는다면 불화수소 등 그간 환경 규제로 조성이 어려웠던 소재 공장도 허가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대기업이 계열사에서 생산한 핵심 소재와 부품을 사들여 반도체 생산 등에 활용할 경우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가령 SK하이닉스가 SK머티리얼즈를 통해 소재를 개발하고 공급받더라도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일감몰아주기 예외 기준이 구체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생산공장에서 중소기업이 만든 소재·부품을 테스트할 경우 테스트에 드는 인건비와 재료비에 대해 350억 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대기업이 공동으로 소재부품 중소기업에 설비투자를 하면 투자액의 약 5%를 세액공제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100대 품목 안정적 공급 목표

정부는 이와 함께 1년 내 20개, 5년 내 80개 등 총 100개의 소재·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소재·부품 시장의 대일의존도를 줄이는 게 목표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 241억 달러 중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적자가 224억 달러에 이르렀다.

정부는 전략물자 1194개와 전체 소재부품장비 4708개를 분석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등 6대 분야 100대 품목을 정했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포토레지스트, 2차전지 분리막, 파우치필름 등이 대표적이다.

수급 상황이 불안한 에칭가스와 포토레지스트 등은 미국과 중국 등 대체 수입국을 확보하고 할당관세를 적용해 관세를 최저 0%까지 낮춘다. 수출규제로 자금운용이 어려운 기업은 관세 납부를 1년간 연장하고 24시간 상시 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공장 부지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불산 제작 기업에 대해서는 공장 신증설 인허가를 조기에 승인해줄 방침이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7년간 약 7조8000억 원의 R&D 예산을 투입해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나선다. 국내에서 개발이 어려운 기술의 경우 해외 회사를 인수합병(M&A) 할 수 있도록 2조5000억 원의 인수자금도 지원된다. 해외인력을 유치하면 소득세를 5년간 최대 70%까지 공제하고 벤처캐피탈이 소재부품장비기업에 투자하면 양도차익과 배당소득 비과세도 추진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5년 내 공급 안정을 위해 민간기업의 R&D, 생산 및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와 규제를 해소하고 환경절차 패스트트랙과 특별연장근로 인가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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