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꼴 난다’…바짝 긴장한 유통업계

뉴시스

입력 2019-08-05 09:46 수정 2019-08-05 09:4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반일 감정 최악
찍히면 이미지·매출 모두 타격 불가피
사소한 언행 하나에도 신중 분위기
일부 업체는 애국 마케팅 본격 돌입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1일 가맹점주에게 긴급 안내문을 배포했다.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라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초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 한 이후 세븐일레븐이 ‘일본 기업’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갔고, 이와 관련해 가맹점주들의 항의성 요청이 이어졌다.

코리아세븐은 안내문에서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브랜드다.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라며 “당사는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선량한 경영주님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경영주님의 정당한 영업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세븐일레븐 브랜드의 국적, 정체성 등에 대해 알려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927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태동한 세계 최초의 편의점 브랜드”라고도 했다.

세븐일레븐이 이처럼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 건 확산하는 일본 불매운동에 ‘찍히면 끝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본사 임원의 말실수 하나가 불매운동 불씨에 기름 부은 격이 된 유니클로처럼 사소한 언행이 기업 이미지 뿐만 아니라 매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유통업의 경우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부문이기 때문에 더 몸을 사려야 한다”고도 했다.

일부 대형마트나 편의점 가맹점주가 일본 맥주 등 일본 관련 제품을 발주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견해다. 물론 불매운동 탓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기도 했지만 일본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액션’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서모(39)씨는 “일부 손님은 일본 제품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각의(閣議·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하기로 한 뒤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유통업계는 이 흐름이 아무리 짧아도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국민 정서가 순식간에 뒤바뀌긴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 관련 매출 등이) 이번 일이 있기 전과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 거라는 시각도 많다”고 했다.

일부 유통 업체는 아예 애국 마케팅에 돌입했다. 열흘 뒤면 광복절이기도 하고 현재 반일(反日) 감정을 활용해 매출과 기업 이미지를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오비맥주와 협업해 내놓은 카스 캔(355㎖) 12개로 구성된 패키지는 브랜드를 나타내는 파란색 바탕에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프린트된 파우치에 담겨 판매된다. GS리테일은 태극기 역사 알리기와 독도 영유권 강화를 위한 독도사랑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마트24는 일본에 맞서 승리한 독립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봉오동 전투’와 협업해 컬래버 상품을 내놨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