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톱 휴게소에 일감 중개까지… 화물차가 웃지요”

창원=서동일 기자

입력 2019-08-05 03:00 수정 2019-08-05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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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내트럭하우스’… 주차장-주유소-정비소 갖추고
화물 주선… 운전사의 쉼터로… 전국 19곳 운영… 작년 베트남 진출도


2일 화물트럭 운전사 곽선영 씨가 경남 창원시 ‘부산 신항 내트럭하우스’에서 화물트럭 주차장을 가리키고 있다. 창원=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2일 오후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부산 신항 내트럭하우스’에서 만난 화물트럭 운전사 김선주 씨(52)는 “경기도까지 왕복 운전을 마치고 조금 전 돌아왔다”는데도 말끔한 모습이었다. 막 샤워를 마친 그는 또 다른 화물이 실릴 때까지 휴식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올해로 김 씨의 운전경력은 25년째. 그는 SK에너지가 운영하는 내트럭하우스가 생기기 전까지의 생활을 ‘사람답지 못했던 삶’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요즘 같은 무더위에 공중 화장실 세면대에서 발을 씻고, 수건을 적셔 몸을 닦았다”며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때면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렸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 씨가 칭찬을 아끼지 않은 SK에너지 내트럭하우스는 일종의 ‘원스톱 화물차 휴게소’다. 대형 화물트럭 주차장과 정비소, 주유소, 각종 운전사 휴게시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화물트럭 운전사들은 사설 정기 주차장 대비 저렴한 가격에 주차장을 이용하고, 사전등록을 통해 샤워실 및 휴게실 등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SK에너지는 2006년 전남 광양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에서 19개 내트럭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전국에 마련된 화물트럭 주차공간만 약 5300개. 이는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에 올라 있는 전국 12t 이상 화물차(5만7600여 대)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화물트럭 운전사들은 화주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화물을 싣고 나르며 돈을 받는다. 중량에 따라 수당이 결정되고, 시간을 지켜야 수당을 온전히 받는다. 기름값과 시간을 아끼려면 야간 운행은 사실상 필수적이다.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불법 주차를 하고 길 위에서 쪽잠을 자는 일도 허다했다.

또 다른 화물트럭 운전사 곽선영 씨(60)는 “화물차 운전사의 열악한 근로환경, 이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은 잘 알려져 있지만 아무도 해결해주지 못했다”며 “정부나 지자체는 사업 경험이 부족하고, 민간 기업은 사업부지 확보 등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꺼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3∼2017년 사이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운전사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는 모두 4379건이다. 사망자만 539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화물트럭 운전사를 위한 공간을 늘려 사고 위험을 낮추고, 각종 공간을 지역주민들의 사업 기회로 만들어 지역경제에도 기여하자는 아이디어는 당장에라도 실현될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화물차 휴게소가 대표적인 ‘님비시설’(지역주민이 꺼리는 혐오시설)인 데다 일반 휴게소보다 넓은 부지가 필요하고 화주와 화물차 운전사를 연결해주는 화물중개소를 유치해야 하는 등 해결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2022년까지 내트럭하우스를 총 25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역주민을 설득하고, 각종 인허가 등을 해결하는 데 평균 5년 정도 소요돼 확장이 더딘 편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베트남 사이공뉴포트사와 함께 베트남 내에서 화물차 휴게소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내트럭하우스 사업모델이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정받은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올해부터 내트럭하우스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도입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며 온실가스 감축, 초미세먼지 저감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나설 것”이라며 “SK그룹의 대표적인 DBL(Double Bottom Line·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진하는 경영전략) 성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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