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6.8만개 vs 편의점 4만개…대한민국은 ‘토건공화국’

뉴시스

입력 2019-08-02 08:39 수정 2019-08-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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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 건설사 7만 시대 맞을 듯
97년 외환위기 이후 등록기준 대폭 완화되며 급증
영세업체들, 상당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위기론 유포하며 국가 쇄신의 길 막는다는 비판 제기



우리나라 건설사수가 대표적인 영세 자영업종인 편의점이나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등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를 비롯한 국내 건설사는 지난달말(7월22일 기준) 현재 6만8781개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6만7436개사)보다 1345개사가 증가한 규모다.

건설사들 가운데는 토공, 도장, 비계 등 전문건설업체가 4만1703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토건, 토목, 건축, 산업설비, 조경 등 종합건설업체가 1만2651개 ▲설비건설업체 8078개 ▲시설물유지관리업체 6349개의 순이었다. 이들은 각각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소속이다.

이들 협회에 소속된 건설사는 편의점이나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보다 더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점은 2017년 현재 4만170개, 치킨 가맹점은 2만4602개에 달했다. 편의점과 치킨 가맹점을 합쳐도 6만4772개로 건설사수에 못 미쳤다.

건설사가 자영업인 편의점이나 치킨 가맹점수를 웃도는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 등록기준이 대폭 완화되며 업체수가 꾸준히 증가해온 영향이 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때 건설사 부도가 꼬리를 물며 실업자가 대거 양산되자 정부가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등록기준을 낮춰 진입장벽을 사실상 허문게 건설사가 폭증하는 단초로 작용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건설사 급증의 추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다. 건설사들은 2015년 6만1061개로 6만개를 돌파한데 이어 2016년 6만2533개로 전년보다 1000개 이상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DTI), 총부채상환비율(LTV)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 연한도 40년에서 30년으로 낮추는 등 경기 부양에 올인했다. 건설투자는 박 정부 출범 2년차인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투자 증가율은 ▲2013년 5.5% ▲2014년 1.1% ▲2015년 6.6% ▲2016년 10.3%로 상승추이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도 건설사수는 6만4848개로 증가한데 이어 ▲2018년 6만7436개사 ▲2019년 6만8781개로 늘었다. 건설사는 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께 7만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SOC예산 감소, 경기 악화 등 이중고에 처한 영세 건설사들이 이전투구식 경쟁을 펼치며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속 협회 등과 보조를 맞추며 위기론을 유포하고 정부를 상대로 건설투자 증액을 압박하며 지대를 챙기는 등 국가 쇄신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는 고개를 든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 유관 단체 관계자는 “영세업체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상당수가 서울, 경기, 인천에 소재하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강남3구에 많이 분포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대개 직원 2~3명을 채용해 사무실을 운영하다 물량이 나오면 ‘십장’으로 불리는 현장 기술자 팀과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수행한다”며 “건설사들이 워낙 늘어나다 보니 이들은 늘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덧붙였다.

정부도 주기적으로 고개를 드는 건설업 위기론의 배후에는 협회 등과 손을 잡고 실상을 부풀리는 업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건설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난 2014~2015년 건설투자가 이례적으로 늘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건설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중견건설사 가운데 경영상황이 악화돼 문을 닫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관련 연구기관 연구원은 “국토부 공무원들도 업체 난립을 막기 위해 건설업 등록기준을 강화하려는 의지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등록기준을 강화하려해도 최저기준에 가까스로 맞춘 영세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도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다는 뜻이다.

한편 현정부의 부동산정책 담당자들은 건설사 등을 ‘토건족’에 빗대며 부동산투기가 한국경제에 이롭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주택자, 건설사 등이 이익공동체를 형성하고 아파트매매가와 지가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결탁이 기업의 생산비를 끌어올리고 가계의 소득격차를 확대해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게 이들의 시각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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