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의 눈높이에서 본 한국사회

김민 기자

입력 2019-08-02 03:00 수정 2019-08-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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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희 작가 개인전 ‘딜리버리’… 내달 1일까지 아트선재센터서 열려

피자 사진이 붙어 있는 계단은 관객이 직접 올라가볼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전시장 구조를 가만히 보니 피자 조각 같았어요. 제가 어마어마한 배달앱 사용자이기도 한데, 배달 음식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면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구동희 작가(45)의 개인전 ‘딜리버리’는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 노력한다. 구 작가는 미술관 2층 전시장 전체를 피자 한 조각처럼 변형한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다르게 보이는 것들을 탐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객은 두 가지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된다는 정답은 없다. 그저 관객의 기호대로 입구를 선택하고 각기 다른 공간을 탐험하며 작품 전체를 마주한다. 통상 전시장을 한번 훑어보고 나가는 동선을 탈피하고 싶었던 작가는, 한눈에 작품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면 음식을 배달할 때 사용되는 일회용품이나 박스, 페퍼로니 모양을 본뜬 플라스틱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그리고 구석진 곳에 가면 배달 전단 형태로 제작한 전시 팸플릿도 숨겨져 있다. 전단 뒷면에는 작가가 수집한 그간 배달과 관련된 여러 뉴스가 콜라주 형태로 프린트됐다. 여기에는 배달원들의 노동에 관한 기사도 포함됐다.

“비판적 시각을 피하려고 했다”고 작가는 말하지만, 은밀하게 숨겨 놓은 메시지들을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 전시는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 이후 5년 만에 국내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설치전이기도 하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5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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