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으로 폭탄 맞은 밀양연극촌을 살려야죠”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8-02 03:00 수정 2019-08-02 03:00
‘밀양공연예술축제’ 추진위원 이대영 “연극인 발길 뚝 끊겨 폐허 된 동네
십자가 지는 심정으로 내려와 합류… 단원 모으고 가르쳐 1년 만에 부활”
연극인이 북적이던 경남 밀양연극촌에는 한동안 인적이 끊겼다. 2018년 초 성추문 사건으로 말 그대로 폭탄 맞은 동네가 됐다. ‘귀중한 연극계 자산’이 소멸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어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올여름 연극촌은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지난해 8월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밀양에 왔다”는 이대영 K-STAR아카데미 예술감독(58·사진)은 1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밀양공연예술축제의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또 7월 26일부터 열린 식전행사 ‘K-STAR’ 주간에서 아카데미 단원과 함께한 세 작품(‘만만한 인생’, ‘깨비랑’, ‘우리집 식구들 나만 빼고 다 이상해’)의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렸다. 1년 만에 결실을 맺기까지 부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아카데미 예술감독에 부임하니 주변에서 ‘왜 사서 고생이냐’고 난리였죠. 1년 내내 월, 화, 수요일에는 중앙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밀양에 내려갔어요. 식구는 ‘몸 상한다’고 말렸죠. 지금은 아내가 내려와 밤샘 작업하는 단원에게 밥도 해줍니다. 하하.”
이 예술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단원을 모집한 뒤 아카데미 2기를 새롭게 구성해 연극인을 육성한다. “극작, 연출, 연기, 무대 등 하고 싶은 교육 프로그램을 다 넣어 좋다”는 그는 전공생과 연극을 접하지 않은 지망생에게 어떤 시대, 어떤 상황에서도 훌륭한 이야기꾼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연극은 사회 현장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밀양에서 새로운 연극의 시대를 꿈꾼다. 이번 ‘만만한 인생’은 가로 45m 성벽극장에서 인간의 연기와 미디어를 융합한 ‘키노드라마’로, 그의 꿈을 담은 작품이다.
“새것은 옛것을 이기는 법이지요. 연극은 곧 혁명입니다. 과거와 결별하고 21세기 연극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십자가 지는 심정으로 내려와 합류… 단원 모으고 가르쳐 1년 만에 부활”
경남 밀양연극촌 성벽극장에서 공연한‘만만한 인생’. 이대영 예술감독 제공
“폭탄 떨어진 험지에 누구인들 오고 싶을까요. 그저 소명이란 생각뿐이죠.”연극인이 북적이던 경남 밀양연극촌에는 한동안 인적이 끊겼다. 2018년 초 성추문 사건으로 말 그대로 폭탄 맞은 동네가 됐다. ‘귀중한 연극계 자산’이 소멸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어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올여름 연극촌은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지난해 8월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밀양에 왔다”는 이대영 K-STAR아카데미 예술감독(58·사진)은 1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밀양공연예술축제의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또 7월 26일부터 열린 식전행사 ‘K-STAR’ 주간에서 아카데미 단원과 함께한 세 작품(‘만만한 인생’, ‘깨비랑’, ‘우리집 식구들 나만 빼고 다 이상해’)의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렸다. 1년 만에 결실을 맺기까지 부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아카데미 예술감독에 부임하니 주변에서 ‘왜 사서 고생이냐’고 난리였죠. 1년 내내 월, 화, 수요일에는 중앙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밀양에 내려갔어요. 식구는 ‘몸 상한다’고 말렸죠. 지금은 아내가 내려와 밤샘 작업하는 단원에게 밥도 해줍니다. 하하.”
이 예술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단원을 모집한 뒤 아카데미 2기를 새롭게 구성해 연극인을 육성한다. “극작, 연출, 연기, 무대 등 하고 싶은 교육 프로그램을 다 넣어 좋다”는 그는 전공생과 연극을 접하지 않은 지망생에게 어떤 시대, 어떤 상황에서도 훌륭한 이야기꾼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연극은 사회 현장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밀양에서 새로운 연극의 시대를 꿈꾼다. 이번 ‘만만한 인생’은 가로 45m 성벽극장에서 인간의 연기와 미디어를 융합한 ‘키노드라마’로, 그의 꿈을 담은 작품이다.
“새것은 옛것을 이기는 법이지요. 연극은 곧 혁명입니다. 과거와 결별하고 21세기 연극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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