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장소에 끌리는 이유는? 韓 연구진, 뇌 메커니즘 규명

뉴시스

입력 2019-07-31 01:01 수정 2019-07-3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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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뮤-오피오이드 수용체' 장소 선호 기억 형성 규명


국내 연구진이 특정 장소를 선호하는 뇌의 메커니즘 규명에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 이창준 연구단장 연구팀이 경북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과 공동으로 행복감을 유발하는 화합물인 오피오이드가 뇌의 별 세포(astrocyte)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셀 리포트(Cell Reports) 온라인에 게재됐다.

별 세포는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별 모양 비신경세포다. 신경세포 기능이 잘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단장 연구팀은 장소에 대한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해마에 위치한 별 세포에 뮤-오피오이드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엔도르핀, 모르핀, 담고 등 오피오이드가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오피오이드가 뇌 해마 별 세포 뮤-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해 행복한 경험을 했던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처음 규명했다.

연구진은 오피오이드로 인한 특정 장소 선호를 확인하기 위해 동물 행동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두 방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쥐가 어느 방을 더 선호하는지를 파악한 뒤 선호하지 않는 방에 있을 때 해마 뮤-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하는 모르핀을 주사했다. 이후 쥐의 행동을 다시 관찰한 결과, 선호하지 않던 방을 더 선호하게 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마 별 세포 뮤-오피오이드수용체가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 형성에 관여한다는 의미다.

추가로 연구진은 해마 별 세포 뮤-오피오이드 수용체 발현을 조절했다. 이를 통해 뮤-오피오이드 수용체가 해마 별 세포로부터 흥분성 신경 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 분비를 촉진하고, 해마 시냅스 신경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강화하며 이는 장기강화(LTP)로 이어져 특정 장소를 선호하게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남민호 KIST 신경과학연구단 연구원은 “뇌에서 베타-엔도르핀 호르몬이 분비되거나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약할 경우 행복한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장소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여 특정 장소 선호 기억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공포나 회피와 같은 감정과 달리 행복과 선호를 유발하는 뇌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행복한 감정과 좋아하는 감정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이유를 알아가는 데까지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뇌 과학 분야에서 선호 현상 연구는 중독과 관련된 연구까지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단장은 “뮤-오피오이드수용체가 모르핀 중독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 중독의 심층적인 기전을 규명하고, 궁극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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