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² 발코니에 40명 다닥다닥… 적발돼도 “이행강제금 물면 끝”

고도예 기자 , 조건희 기자

입력 2019-07-30 03:00 수정 2019-07-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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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제2의 광주 클럽’ 위험]서울 불법개조-증축 클럽 가보니

‘지하 1층, 316m² 넓이, 대중음식점.’

서울 소재 한 클럽이 2013년 영업을 시작하면서 관할 구청에 신고한 내용이다. 이 클럽의 ‘건축물 대장’에도 신고 내용대로 적혀 있다. 건축물 대장만 보면 누구도 ‘복층’의 존재를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클럽은 사실상 ‘2개 층’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하 1층엔 공연장이 있다. 그리고 이 공연장이 내려다보이는 ‘복층 발코니’가 있다. 철제 기둥 네 개로 떠받친 발코니에 손님 20여 명이 서 있었다. 빠른 리듬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손님들은 발코니 위에서 발을 구르면서 호응했다. 본보 기자가 28일 0시 30분 이 클럽을 방문했을 때의 장면이다.

이 클럽처럼 업주가 구에서 허가받은 사항과 다르게 무단으로 복층을 짓거나 구조를 바꾸는 일이 적지 않다. 본보가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에 걸쳐 서울 용산구와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 ‘복층 클럽’ 25곳을 직접 돌아보거나 현장 동영상을 통해 확인한 결과다. 업주가 두 개 층에서 영업을 하겠다고 신고한 뒤 무단으로 ‘복층 발코니’ 형태로 구조를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대문구의 한 감성주점도 ‘복층’이었다. 그런데 ‘복층’의 위치와 넓이가 구에 신고된 것과 전혀 달랐다. 지하 1층에 있는 이 주점에 들어서면 왼편에 50m² 넓이의 복층 발코니를 볼 수 있다. 본보 기자가 방문했을 때 20대 남녀 손님 40여 명이 이 발코니 위에서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구 관계자는 “당초 ‘복층’을 입구 오른쪽에 다른 모양으로 설치하라고 허가했다”며 “행정처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감성주점은 무대의 넓이가 허가받은 것보다 19m²(약 5.7평) 가까이 넓었다. 한 남성이 발코니의 철제 난간을 손으로 붙잡고 흔들었지만 아무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

이런 ‘복층형 클럽’은 비상구나 소화기 등 소방시설이 없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마포구의 한 ‘복층형 클럽’은 비상구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이 클럽의 ‘복층 발코니’에서 내려와 유일한 비상구인 클럽 출입구까지 가는 데는 5분이 넘게 걸렸다.

업주들이 불법 복층 구조물을 만들더라도 구나 시가 이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구나 시는 건물을 불법 증개축 했는지 점검하기 위해 통상 건물 항공사진을 찍어 건축물 대장에 적힌 내용과 비교한다. 이렇게 하면 건물을 불법으로 높인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업주가 영업장 안에 불법 ‘복층 구조물’을 만든 것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 연면적 3000m²가 넘는 대형 건축물이나 ‘유흥주점’ 같은 현행법상 다중이용업소라면 건축주가 건축사에 의뢰해 정기 안전점검을 한 뒤 구나 시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본보 기자가 둘러본 클럽 대부분은 연면적 3000m² 미만의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업소가 대부분이었다.

구나 시에 불법 복층 구조물을 만든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이행강제금’을 ‘영업비용’처럼 여기면서 버티는 업주들도 있다. 현행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은 건축물의 구조와 용도, 위치 등을 감안해 ‘시가표준액’의 50%까지만 물릴 수 있다. 실제 건축물 매매가나 임대료보다 훨씬 낮은 액수를 기준으로 이행강제금을 매기는 것이다. 게다가 감가상각 개념이 적용돼 시간이 흐를수록 이행강제금이 줄어든다. 건물주나 클럽 업주 입장에선 버틸수록 이득이다. 용산구의 한 감성주점은 2016년 7월 불법으로 ‘복층 발코니’를 설치했다는 이유 등으로 구에 적발됐다. 하지만 이후 3년 동안 매년 3000만∼4000만 원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불법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복층 구조물 설치를 막으려면 이행강제금 액수를 크게 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독일은 이행강제금을 두 번째 부과할 때부터는 액수를 2배로 올린다. 프랑스는 무허가 증축한 업소에 매출액보다 많은 액수를 과태료로 내게 한다.

고도예 yea@donga.com·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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