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복층클럽 35곳중 25곳, 무허가 증축

고도예 기자 , 박상준 기자 , 광주=이형주 기자

입력 2019-07-30 03:00 수정 2019-07-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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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전국 35곳 무작위 점검해보니
25곳 신고내용과 달리 무단 확장… 그중 10곳은 적발되고도 계속 영업
안전불감증 ‘제2 광주클럽’ 수두룩


주말인 28일 0시 반경 서울의 T클럽은 400여 명의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클럽 내부는 1층에서 DJ의 공연에 맞춰 춤을 추고, 이를 11자 형태의 양옆 복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는 구조였다. DJ가 소리를 지르자 복층 발코니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 50여 명이 이에 호응하며 90cm 높이의 난간 너머로 몸을 뻗었다. 발코니는 폭이 1m도 되지 않는 데다 복도 기능까지 겸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안전요원이 휘청거리는 이용객을 난간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붙드는 아찔한 장면이 여러 번 보였다.

이 클럽을 관할하는 구청에 따르면 복층 발코니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 구조물이다. T클럽은 2012년 10월 영업신고를 할 때 복층 공간에 테이블과 객석만 설치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얼마 뒤 발코니 27m²를 무단 증축했다. 2013년 3월 한 차례 적발돼 철거 명령을 받았지만 오히려 무허가 발코니 면적을 42m²로 더 넓혔다.

27일 새벽 광주 서구 C클럽에서 불법 증축한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사고는 외신을 통해 중계되며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T클럽을 포함해 서울과 부산, 대구 등에서 영업 중인 복층 클럽 중 35곳을 무작위로 뽑아 건축물대장을 확인해 보니 이 중 10곳이 복층 공간 등을 무단 증축해 행정기관에 적발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무작위로 선정한 복층 클럽의 약 28.6%에서 C클럽과 유사한 불법 증축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당국의 철거 명령에도 따르지 않고 있다. 불법 확장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단속에 적발됐을 때 물어야 하는 이행강제금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나머지 25곳은 행정당국에 적발된 기록은 없었다. 하지만 이 중 15곳은 취재팀이 영업신고 당시의 구조와 실제 영업장을 비교해 보니 신고된 것보다 층수를 늘리거나 면적을 넓혀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광주 C클럽의 시설 점검을 맡았던 진단업체는 “낮이라 문이 잠겨 있었다”는 이유로 클럽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않은 채 ‘무단 증축 구조물이 없다’는 판정을 내려 광주 서구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무너진 구조물을 설치했던 시공업체는 용접을 부실하게 했을 뿐 아니라 공사 당시 설계도를 준비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 업체 관계자를 29일 조사하고,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박상준 / 광주=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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