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에 똘똘한 물건 고르자” 부동산 경매시장 활기…관련 학원 북적북적

유원모 기자 , 성남=오현아 인턴기자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입력 2019-07-28 17:49 수정 2019-07-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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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겨지는 물건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경매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6월 하루평균 경매진행건수는 551건으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 5월 하루평균 607건이 진행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올해 들어 거래량이 증가했다. 올해 서울 지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은 2, 3월을 제외하고는 90% 후반 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 물건이 늘고 있는 것이다.

21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수원지법 성남지원 경매법정. 벨 소리와 함께 “입찰 시작하겠습니다”는 판사의 말이 나오자 우르르 참석자들이 입찰 봉투를 들고 나왔다. 40여 석에 불과한 법정 안에는 13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복도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경매로 나온 물건은 총 30건. 낙찰자가 하나씩 호명되자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흥분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처음으로 경매 법정을 찾은 주부 윤미정 씨(37)는 원하는 물건을 낙찰 받자 함께 온 경매 컨설턴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었다. 윤 씨는 “감정가는 6억 원 정도였는데 이보다 10% 이상 저렴한 5억3000만 원에 낙찰 받았다”며 “원하는 집을 싼 가격에 구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주택 거래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법원경매 등 틈새시장을 노리는 투자자는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아무래도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경매로 나온 물건이 많아진 것”이라며 “이 가운데 똘똘한 물건을 고르려는 투자자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경매 학원가다. 24일 저녁 7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근처의 한 경매학원에는 15명의 수강생들이 모였다. 30~40대 직장인들부터 머리가 희끗한 60대와 이제 막 회사생활을 시작한 2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였다. 강사의 말을 놓칠 새라 3시간가량 수업 시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황종화 경매 강사는 “인터넷 강의 등을 포함해 지난해보다 수강생이 20% 가량 늘었다”며 “부동산에 관심 많은 20대 수강생들이 늘어난 것이 예전에 보지 못하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경매 지식에 대한 수요도 구체적이고 세분화되면서 최근 경매 학원가에서는 현장 임장(조사), 소액투자, 매입 컨설팅 등 수업 종류를 세분화하기도 했다. 한 경매 학원 관계자는 “경매는 등기부 분석 등을 본인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을 갖추려고 찾아오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물건을 추천해주는 것이 포함된 강의는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의 수업료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매에도 부동산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만 부동산매매법인 등을 세워 우회적으로 규제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이나 임대사업자의 경우 강화된 담보인정비율(LTV) 등으로 집값의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법인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직장인 이모 씨(35)는 “지난달 법인을 세워 대출을 80%까지 받아 서울 강남권에 시세 12억 원 아파트를 10억5000만 원에 낙찰 받았다”며 “금세 재건축 이슈가 나와 지금은 15억 원까지 올라 주위에서 경매 투자 방법을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매는 수익성과 함께 투자 위험성 또한 크므로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집값 하락기에는 감정 가격의 착시도 조심해야 한다. 경매 물건의 감정 가격은 통상 입찰 수개월 전에 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 시세보다 높게 매겨진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입찰가를 결정할 때 주의해야 한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 변호사는 “자칫 시세보다 감정평가액이 더 높은 경매 물건도 적지 않고, 예상치 못한 임차인과의 갈등 등이 발생하면 낙찰가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성남=오현아 인턴기자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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