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선수들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강할까

김종건 기자

입력 2019-07-28 15:13 수정 2019-07-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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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사진제공|LG전자

‘ALL KOREAN BATTLE(한국인들만의 전쟁)’

28일(한국시간) 3라운드를 마친 에비앙 챔피언십 공식홈페이지에 이런 제목의 뉴스가 올라왔다. 김효주와 이미향이 함께 웃으며 골프장을 걸어가는 사진과 함께 “사보야드 페어웨이에서 최근 10년 사이 5번째 한국인의 우승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2014년 61타의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우승했던 김효주가 54개의 홀을 15언더파 198타로 마쳤다. 1타 차이로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이 2위다. 추격자 고진영 박인비와는 4타 차이다. 이변이 없다면 최종라운드는 김효주와 박성현의 대결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 선수의 우승이 유력하다고 봤다.

2010년 신지애가 한국인선수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한 이후 에비앙챔피언십은 유난히 우리와 인연이 많았다. 2012년 박인비, 2014년 김효주, 2016년 전인지가 우승했다. 지난해에도 10번 홀에서 더블보기만 하지 않았더라면 우승은 안젤라 스탠포드(미국)가 아닌 김세영이 차지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0년부터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리 선수들은 해마다 최소 3명 이상이 톱10에 들었다. 2019년에도 그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6명이 톱10에 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이 있다. ‘왜 우리 선수들은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낼까’다. 이는 최근 방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박세리 여자대표팀 감독에게 물어본 것과 비슷하다.

박세리 감독은 어떤 대답을 해줬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결론은 사실 간단하다. 우리 선수들이 워낙 골프를 잘 치기 때문이었다.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잘하는 이유도 특별하지는 않다. 세계 골프랭킹 상위권을 휩쓰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 당연히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이다.

변수가 있다면 코스의 특징이다. 에비앙챔피언십은 프랑스의 산악지형에서 열린다. 페어웨이가 좁으면서도 평탄하지 않다. 공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쳤다고 해도 지형 때문에 때로는 공이 발보다 위에 때로는 발보다 아래에 있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상황에서 많이 골프를 쳐봤다. 경험이 적은 다른 나라의 선수보다는 유리할 것이다.

경기가 열리는 에비앙 리조트클럽의 그린도 미국과는 조금 다르다. 아스팔트 표면처럼 엄청나게 딱딱하지 않다. 대신 경사와 굴곡이 심하다. 그린이 공을 받아주기는 한다. 아이언 샷이 정확하면 퍼트하기 편한 곳에 공을 올려놓을 수가 있다. 우리 선수들은 아이언 샷이 기계처럼 정확하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레슨을 받아서 폼도 좋고 정확성이 뛰어나다. 이런 부분에서 다른 나라의 선수들은 따라오지 못한다.

또 워낙 우리 선수들이 상위권에 많다 보니 같은 조에서 우리선수들끼리 치는 경우도 많다. 숙소에서도 함께 지내는 마음편한 선배 동생과 함께 라운드를 하며 메이저대회가 주는 중압감을 쉽게 털어낼 수도 있다. 전 세계의 골프팬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이 나오게 만들 정도로 이 대회를 향한 우리 팬들의 관심과 성원도 크다. 결국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서 에비앙챔피언십을 대한민국 여자골프 선수들의 잔치로 만들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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