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기업 감세 정책에 “전향적 결정” VS “여전히 미흡”

뉴시스

입력 2019-07-25 14:07 수정 2019-07-25 14:0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세법개정]
상속세제 개선, 대기업 세액공제 등
'대기업 감세 기조' 드러난 개정안에
"진보 정부 변화…전향적인 면 있어"
"세계 기준에 미흡…만족 수준 아냐"



세제 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가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대기업 감세 기조를 보인 점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진보 정부에서 내린 결정임을 고려하면 전향적인 면이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아직도 세계 기준에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2019년 세법 개정안에서 대기업 감세 기조가 두드러지게 드러난 부분 중 하나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제도 개선’이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물려줄 때 기존 상속세율(50%)에 0~30%의 할증률을 더해 부과하는 이 제도를 두고 ‘완화해달라’는 재계와 정치권의 요구가 거셌다.


이에 기재부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분율 50%를 넘게 보유한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부과하는 할증률을 현행 30%에서 20%로 10%포인트 낮췄다. 중소기업 최대주주 주식 상속에는 할증률 0%를 적용, 할증하지 않던 한시 특례를 상시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2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제도로 인해) 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적으로 높아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돼왔는데 이번에 처음 개선됐다”면서 “진보 성향인 문재인 정부에서 할증평가 제도가 이렇게 바뀐 것은 전향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할증평가 제도 개선을 ‘눈여겨봐야 할 사안’으로 짚으며 “(이번 세법 개정안은) 그동안 기업 상속과 관련해 ‘요구 기준이 강했다’는 문제의식이 공유가 됐다는 뜻이니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 한국세무학회 회장)는 “할증평가 제도를 포함한 한국의 기업 상속세제는 아직도 세계 기준에 미흡해 투자를 촉진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 어렵다”면서 “할증평가 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금과 땅, 빌딩이 기업 주식보다 유리한 현 상속세제를 개선하지 않았다”며 “사후관리 중심의 일부 규정만 조정했고 최대주주 보유주식 상속 시 할증률을 10%포인트 낮췄을 뿐이다. 금과 땅, 빌딩의 최고 세율이 50%인데 기업 주식은 65%(개편안 적용 시 60%)인 게 말이 되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홍 교수는 “한국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기업 창업주의 상속세율이 단순히 땅을 보유한 사람의 상속세율보다 높은 것은 기업을 살리기 위한 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도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할증평가 제도를 조금 완화, 할증률을 낮추긴 했지만 그것 가지고는 과연 (기업의 투자 의욕을 촉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확대’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기업 세제 혜택을 두고서도 다른 평가를 내놨다.

김 교수는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등 대기업 관심이 큰 산업 분야가 신성장·원천기술 R&D 비용 세액공제 확대 대상에 포함됐고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확대 대상도 대기업으로까지 확장됐다”면서 “이전에는 대기업 세액공제 혜택을 모두 줄이는 방향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느 정도 되살려놨다. 대기업에 좀 더 프렌들리(Friendly)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동안은 기업에 너무 인색했는데 이번에 그 기조를 약간 풀었다. 대기업 세제 지원을 일절 끊는다는 기조가 바뀐 셈이다. 방향을 전환했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정부가 정책 기조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는 없지 않느냐. 내년, 내후년에도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홍 교수는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그는 “대기업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는 현 정부 들어 3%였던 것을 1%로 낮춘 뒤 이를 2%로 1%포인트 높이는 데 그치는 등 기업을 살리기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면서 “법인세율 인하 등 적극적인 세제 개편 또한 없었고 중소기업 중심으로 비과세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데 머물렀다”고 아쉬워했다.

홍 교수는 또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 69만5000여곳 중 54%에 해당하는 37만5000여곳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따라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중심의 세제 지원으로는 법인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경제 살리기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기업도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이라면 세제를 대폭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안 교수 역시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꺼내든 점을 고려하면 R&D 비용 세액공제 혜택은 더 확대했어야 했다”면서 “기재부가 ‘기업 투자를 촉진하겠다’며 내세운 R&D 세제 지원 등은 아직 미흡하다”고 봤다.

【세종=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