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링부터 70년 역사 차찬텡까지…가장 홍콩스러운 멋이 넘쳐”

김재범 전문기자

입력 2019-07-24 13:18 수정 2019-07-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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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콕의 일상적인 아침 거리 풍경. 홍콩에서도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몽콕은 홍콩 서민들의 어제와 오늘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올여름 홍콩, 딥(deep)하게 다녀볼까 - (3) 몽콕

홍콩서 인구밀도 가장 높은 쇼핑·맛집 명소
야시장부터 다양한 재미 대형 몰까지 다양
완탕면 명가 호왕각, 미슐랭 스타 밍코트


홍콩은 한국 사람이 즐겨찾는 해외여행지 톱5에 들어가는 도시다. 그런데 홍콩을 1~2번 정도 다녀오면 “센트럴과 코즈웨이베이 쇼핑가도 돌아다녔고, 빅토리아 피크 야경도 보고 딤섬 맛집까지 갔는데 더 볼 게 있나. 다른 데 가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정도면 홍콩관광 핵심은 웬만큼 즐긴 본 것이다. 하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세련되고 화려한 도심만이 결코 홍콩여행의 모든 것은 아니다. 검색에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고, 다리품도 조금 팔 각오를 하면 미처 몰랐던 홍콩의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홍콩을 조금 더 깊게(deep) 알아보는 3부 기획, 오늘은 마지막으로 몰링(malling)부터 전통 맛집까지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몽콕(旺角 Mong Kok)을 소개한다.

아침 일찍부터 사람으로 북적이는 몽콕 재래시장. 후덥지근한 날씨지만 물건을 고르고 흥정하는 아주머니들과 상인들의 이야기 소리로 시장은 아침부터 활기차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gna.com

● 조금 들뜨고 북적거리는 독특한 정서, 몽콕

구룡반도 북부에 있는 몽콕은 “하루 종일 북적거린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 수많은 상가와 음식점, 주택들이 모여 있는 몽콕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정말 사람으로 넘쳐난다. 실제로 인구밀도가 높은 홍콩에서도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이 몽콕이다. 이 지역은 1㎢에 약 13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몽콕의 변화를 상징하는 복합쇼핑몰 랭함 플레이스(왼쪽)과 공중 구름다리로 연결된 코디스 호텔. 야시장과 골목 상가로 대표되던 몽콕의 쇼핑문화를 크게 바꾼 핫 플레이스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외지에서 온 여행자에게 몽콕은 애증과 호불호가 엇갈리는 지역이다. 일단 쇼핑에 있어 이곳은 레이디스 마켓같은 야시장부터 랭함 플레이스같은 대형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무궁한 선택지가 있다. 맛집도 가성비 높은 로컬 맛집부터 미슐랭 별을 받는 유명 레스토랑까지 풍부하다. 거기에 “홍콩스럽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몽콕 특유의 조금 들뜨고 북적거리는 꾸미지 않는 동네 정서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는 이런 특성 때문에 이 지역을 선호하지 않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너무 사람이 많아 정신없고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들로 이루어진 거리가 너무 복잡해 다니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사실 패키지 투어로 이곳을 찾거나, 홍콩 초행길에 쇼핑을 위해 짧게 방문하는 정도로는 몽콕에 대해 강한 매력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번 기획에서 소개했던 삼수이포나 사이잉푼처럼 몽콕 역시 반나절 정도 시간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돌아다녀야 여행지로 갖고 있는 멋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에너지 넘치고 생활력 강한 진짜배기 홍콩서민들의 일상을 여기저기서 마주하게 된다.

몽콕을 무대로 한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몽콕가문’의 포스터. 1980년대 말 당시 부도심이던 몽콕을 무대로 젊은 청춘들의 사랑과 희망, 좌절을 담았다.

● ‘몽콕가문’ 속 그때 그 청춘들

우리가 홍콩에 대한 친근감이 높아진 데는 영화의 영향이 크다. 8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한 홍콩영화 붐 속에서 그저 동남아의 어느 도시로만 여겨졌던 홍콩은 우리 앞에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감각적인 영상미를 앞세운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홍콩의 독특한 매력과 분위기를 스크린에 제대로 펼쳐보였다.

그 시절 왕자웨이 영화를 보며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의 버킷리스트에 홍콩을 올렸던 이들은 이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청킹맨션을 찾아가 ‘중경삼림’을 떠올리고, 침사추이 샌즈 빌딩의 맥도널드에서 ‘타락천사’의 여명과 ‘중경삼림’의 금성무를 추억한다.

몽콕을 소개하면서 뜬금없이 왕자웨이 감독을 소환한 것은 그의 연출 데뷔작이 바로 몽콕을 무대로 한 ‘몽콕가문’(旺角卡門)이기 때문이다. 1988년 만들어져 우리나라에는 이듬해인 1989년 ‘열혈남아’란 제목으로 들어왔다. 지금은 대스타지만 당시는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유덕화, 장학우, 장만옥이 주연을 맡았다.

한창 홍콩 느와르의 열기가 뜨겁던 시절이었지만, ‘몽콕가문’의 이야기는 화려한 액션과는 거리가 멀다. 당시만 해도 외곽 부도심에 불과했던 몽콕에 사는 가진 것 없는 젊은 청춘들이 미래의 행복에 대한 가냘픈 기대에 매달려 몸부림치는 모습을 다룬 작품이다.

‘몽콕가문’에 나온 30여 년 전 몽콕은 삶의 땀내음이 스크린 밖으로 진하게 풍겨나오는 동네였다. 하루하루를 그저 열심히 살면서 터전을 잡아 작은 행복이라도 이루려 애쓰는 일상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지금 다른 지역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몽콕의 ‘홍콩스런 분위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화다.

몽콕 랭함 플레이스 지하에 있는 영국 빅토리아 스타일의 스위트 전문점 ‘Mr Simms Olde Sweet Shoppe’.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몰링(malling)의 극한을 즐긴다, 랭함 플레이스

야시장과 골목 속 작은 가게들로 대표되던 몽콕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었다. 요즘 몽콕의 핫 플레이스는 단연코 랭함 플레이스(Langham Place)다. 이곳은 주말이면 30만 명의 유동 인구가 몰리는 홍콩을 대표하는 복합쇼핑몰이다. 요즘 해외여행의 트렌드인 대형 복합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식도락과 쇼핑 체험관광을 즐기는 몰링(malling)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랭함 플레이스는 우선 지하 2층부터 지상 13층까지 레스토랑부터 각종 상점, 영화관 등이 입점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홍콩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지역의 최신 유행을 만날 수 있다. 이곳 한정판 아이템을 레고 스토어, 영국 빅토리아 스타일의 매장이 인상적인 스위트 전문점 ‘Mr Simms Olde Sweet Shoppe’ 등을 가볼 만하다.

단순히 규모만 큰 게 아니라 코르크 마개뽑이를 달은 독특한 내부 디자인과 디지털 스카이, 라이브 공연 등 몰 자체의 매력도 높아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는 재미가 남다르다. 교통도 편해 MTR 몽콕역 C3 출구와 바로 연결된다.

랭함 플레이스와 연결된 코디스 호텔의 입구. 1500여 점의 미술품을 전시하는 호텔답게 쇼핑몰과 연결된 입구도 거대한 조각으로 장식했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연결통로로 이어진 이웃 건물에는 코디스(Cordis Hong Kong) 호텔이 있다. 비즈니스 호텔의 효율성과 럭셔리 호텔의 안락함을 절충한 느낌으로 무엇보다 교통과 쇼핑의 접근성이 탁월하다. 호텔 내부에 1500여 점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투어 카드’를 갖고 이것을을 감상하는 아트투어도 있다. 전망이 좋은 41층 피트니스 룸과 루프탑 수영장이 자랑이다. 매일 아침 무료 태극권 강습도 하고, 투숙객을 대상으로 와인 테이스팅 프로그램도 있다.

템플 스트리트의 차찬텡 ‘미도카페’의 모습. 1950년에 창업해 계속 같은 자리에서 영업하고 있는 유서 깊은 업소이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70여 년 전통의 차찬텡 미도카페

템플 스트리트에 있는 미도 카페(美都餐室 Mido Cafe)는 홍콩의 많은 차찬텡 중에 반세기 넘게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하는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무려 1950년에 창업했다. 그 시절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실내는 마치 구석 자리에 ‘화양연화’의 양조위와 장만옥이 앉아있을 것 같은 고풍스런 정취가 넘친다. 메뉴는 전형적인 차찬텡 아이템들이다. 밀크티와 프렌치 토스트, 파인애플 번, 레몬소금 사이다 등이 있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코디스 호텔의 광둥식 레스토랑 밍코트의 디저트. 중식 디저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감각적인 플레이팅이 인상적이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코디스 홍콩 호텔의 밍코트는 미슐랭 스타를 11년 연속 받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예산은 꽤 들지만 화려한 비주얼과 맛을 자랑하는 광둥요리를 맛볼 수 있다.

퉁초이 스트리트의 타이헤탕량 차관(泰和堂凉 茶店 Taihe Tang Ryang Cha Kwan)은 홍콩식 복달임 아이템 허브티를 판매하는 곳이다. 푹 끓인 자라 엑기스 젤리부터 다양한 한방재료를 이용한 허브티는 습한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원기를 넣어준다. 허브티 외에 광둥식 전통 디저트 탕수이와 콘지(중국식 죽)도 판매한다.

전통방식으로 제면하는 몽콕 완탕면 전문점 호왕각의 음식들. 윗쪽 검붉은 소스를 따로 담고 있는 것이 우리 자장면과 유사한 징두자장라오미엔이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호왕각(好旺角·Good Hope Noodle)은 딤섬과 함께 홍콩의 ‘소울푸드’라 할 수 있는 완탕면의 명소이다. 홍콩에는 정말 하늘의 별처럼 많은 완탕면 명가들이 있는데, 호왕각은 대나무통으로 눌러 반죽하는 전통방법을 고수해 명성이 높다. 특히 이곳에서는 완탕면과 함게 우리의 자장면과 비슷한 징두자장라오미엔이 유명하다. 최근에는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등장해 국내 여행객에게 더욱 인기가 높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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