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 공공서비스에 몰린 고령층 취업자

세종=김준일 기자 , 권희원 인턴기자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입력 2019-07-24 03:00 수정 2019-07-24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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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9세 고용률 56% 역대 최고
노인 상대적 빈곤율 OECD 1위… 은퇴해도 일손 못놓고 구직 나서
10명중 4명 정부 공공 일자리… 등교도우미 등 저임금 고용 많아


김모 씨(79·여)는 올해 3월부터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등교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도록 돕는 일이다. 한 달에 10번 오전 7시 반에서 오전 9시까지 1시간 반 동안 일하고 받는 돈은 27만 원. 김 씨는 “예전에 뇌졸중(뇌중풍)을 앓아 오래도록 일을 할 수 없었는데, 주변에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동사무소에 신청해 직업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만 55∼79세 고령층 취업자 10명 중 4명꼴은 공공서비스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주도로 만든 노인일자리가 주로 포함된 분야다. 재정으로 만드는 노인일자리는 전체 고용지표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지만 일자리의 질은 낮은 편이다.

23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9년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월 기준 고령층 고용률은 55.9%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포인트 올랐다. 고령층 고용률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다. 특히 65∼79세 고용률이 40.1%로 지난해보다 1.8%포인트 증가했다. 장래에도 취업하기를 원하는 고령층 비율은 64.9%로 10년 전인 2009년(57.6%)보다 7.3%포인트 늘었다.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와 고용난에 대응하려는 취지로 올해 노인 일자리를 61만 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공공 부문에 채용된 고령층의 상당수는 등교도우미, 도시락 배달 같은 저임금 일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취업 경험이 있는 고령층 구직자 3명 중 1명은 고용노동부나 공공 취업알선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고 답했다. 2013년만 해도 고령층 가운데 고용부 등을 통해 구직한 사람의 비율은 25% 선에 그쳤다. 고령층 취업 경험자의 36.4%는 정부 노인일자리가 많이 포함돼 있는 사업 및 공공서비스업에 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취업자가 사업 및 공공서비스업에서 일하는 비율은 200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일반 직장에서 은퇴한 고령층이 구직시장으로 향하는 것은 일하지 않고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5.7%로 36개국 중 1위였다. 이는 OECD 평균(13.5%)의 3.4배다. 장래에도 일하기를 원한다고 답한 고령층 10명 중 6명꼴은 일하는 이유를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권희원 인턴기자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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