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컷탈락 울었던 라우리, ‘클라레 저그’ 품었다

안영식 전문기자

입력 2019-07-23 03:00 수정 2019-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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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오픈 15언더, 메이저 첫승
4타 앞서 출발해 위기 없이 완승… 2016 US오픈 충격 역전패 한풀이


이번에는 좌절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22일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GC(파71·7344야드)에서 끝난 올 시즌 남자 골프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제148회 브리티시오픈(총상금 1075만 달러·약 127억 원).

셰인 라우리(32·아일랜드)가 15언더파 269타의 6타 차 완승으로 193만5000달러(약 22억80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거머쥐었다.

라우리는 꼭 1년 전 영국 스코틀랜드 카누스티GC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선 컷 탈락해 골프장 주차장에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눈물을 흘렸다. 2015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부여받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3년짜리 투어 카드가 만료되는 해였다.

결국 지난해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한 라우리는 페덱스컵 포인트 125위 이내에 들지 못해 이번 시즌 PGA투어는 조건부 시드(대기선수 또는 초청선수,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한정된 대회에만 출전할 수 있는 것)로 뛰며 유러피안투어와 병행하고 있었다.

“골프는 변덕이 심한 묘한 스포츠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내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이날 우승으로 세계 랭킹 33위에서 17위로 뛰어오른 라우리는 시상식장에서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를 가슴에 안고 소감을 밝히며 촉촉이 젖은 눈가를 손으로 훔쳐냈다. 2016년 US오픈 3라운드에서 4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으나 최종 라운드에서 더스틴 존슨(미국)에게 역전패해 준우승에 그친 아픈 기억이 떠오른 게 아닐까.

하지만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똑같이 4타 앞선 채 출발한 최종 라운드에서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격차를 더 벌리며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아일랜드 선수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2008년 파드리그 해링턴 이후 11년 만이다. 북아일랜드 선수로는 2011년 대런 클라크, 2014년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했다.

라우리는 68년 만에 홈코스인 북아일랜드에서 열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지만 컷 탈락한 매킬로이에 대한 실망감이 큰 북아일랜드 현지 팬에 대한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골프에 있어서 우리(아일랜드, 북아일랜드)는 한 나라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 우승컵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렇다. 1891년 창설된 아일랜드골프협회는 북아일랜드 지역까지 관할하고 있다. 매킬로이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경우 영국 또는 아일랜드 대표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매킬로이는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뛰었던 아일랜드 대표로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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