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행기 조종석서 바라본 하늘 못잊어 꿈에 도전”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7-22 03:00 수정 2019-07-2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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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순 에어서울 첫 女부기장

에어서울의 첫 여성 조종사가 된 전미순 부기장은 “회사도 큰 결단을 내리고 여성 부기장을 뽑은 만큼 회사에 긍정 적인 조종사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에어서울 제공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에 첫 여성 부기장이 탄생했다. 17일 서울 김포공항 인근에서 만난 전미순 부기장(38)은 1년간의 훈련을 마치고 지난달 첫 비행에 성공했다. 전 부기장은 “첫 비행은 어떻게 끝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하늘은 너무 예뻤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뒤 아랍에미리트 국영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 조종사가 된 그의 경력은 독특하다. 2005년 대학 졸업 뒤 독립을 위해 집을 구하던 중 그는 ‘에미레이트는 승무원에게 집을 준다’는 말에 다짜고짜 승무원에 도전했다고 한다. 당시 경쟁률은 약 160 대 1. 전 부기장은 승무원 학원도 다닌 적이 없었지만 첫 도전에 덜컥 합격했다.

승무원 교육을 받으면서 전 부기장은 인생을 바꿀 한 광경을 보게 된다. “교육을 받을 때 콕핏(비행기 조종석)을 체험한 적이 있다. 조종석에서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얼마나 예쁘던지…. 내가 왜 조종사를 해 볼 생각을 안 했지 싶었다.”

에미레이트항공사와 맺은 3년 계약이 끝나자 그는 승무원 유니폼을 벗어던졌다. 이후 약 5년 동안 조종사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학원 강사 등을 하며 돈을 모았다. 만 35세가 되던 2016년에 전 부기장은 미국 텍사스의 한 비행학교에 들어가 1년 4개월 동안 조종사 훈련을 받았다.

2017년 말 조종사 자격증을 따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항공사 취업은 순탄치 않았다. 전 부기장은 “서류전형에서부터 계속 떨어졌다. 나이가 걸림돌이겠구나 하면서 막막하던 때, 친구에게서 ‘에어서울에 지원해 보자’는 연락이 왔다. 포기하지 말자며 지원한 에어서울이 나에게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업계 조종사는 약 3000명. 이 중 여성 조종사는 50명 안팎이다. 항공기 조종사는 남자의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이 컸던 탓이다. 전 부기장은 “비행기는 조종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따지지 않는다. 나이를 고민했어도 이 자리에 못 왔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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