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로는 투자 못살려” 위기의식… 대기업 세제 2년前으로 유턴

세종=주애진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19-07-17 03:00 수정 2019-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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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4000억 감세’ 세법 개정 추진


현 정부 들어 처음 대기업 세금을 줄여주는 쪽으로 세법이 개정된다. 2017년 이후 정부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로 마련한 돈을 분배 개선에 쓰는 정책 기조를 고수해 왔지만 경기가 급락 조짐을 보이자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 대기업 세 부담 5년간 4000억 원 줄여


16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각종 감세 조치를 담아 대기업 관련 세 부담을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700억 원가량 줄여주기로 했다. 이달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나온 투자세액공제 1년 한시 확대 조치의 효과를 포함해 감세 효과는 5년간 총 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펼칠 때 투자 장벽을 낮춰 주는 세제 지원 방안이 대거 포함된다. 삼성 등 반도체 선도 기업이 차세대 산업으로 꼽고 있는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 업체의 연구개발(R&D)에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반도체 제조 시설, 바이오 임상시험비 등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기업이 세액공제가 필요한 신산업을 정부에 요청하면 심의 등을 거쳐 이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이 반도체 공정용 소재를 개발할 때에도 세액공제를 해준다. 정부는 특정 소재보다는 산업 전체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 투자세액공제율도 1%에서 2%로 올린다.


○ 2년 전 대기업 증세 조치 일부 원상복구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에 포함한 안건의 상당 부분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세입기반 확충’을 이유로 정부가 축소했던 세제 혜택들이다. 당시 정부는 “저성장과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조세제도를 합리화한다”며 대기업 증세의 배경을 밝혔다.

당시 정부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높이는 등 5년간 연평균 5조5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했다. 이 중 대기업 부담만 3조7000억 원이었다. 법인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 구간을 추가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대기업의 R&D 세액공제를 축소하고 3%였던 대기업 투자세액공제율을 1%로 낮췄다. 지난해에는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는 등 대기업에 5700억 원 규모의 증세를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유지돼 온 대기업 증세의 흐름을 끊고 감세 기조로 돌아선 건 저성장과 양극화를 극복하는 데 ‘대기업 증세’ 카드가 잘 먹히지 않았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2017년 세법을 바꾸자 2018년 1분기 10.2%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2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올해 1분기엔 17.4% 감소했다. 이는 2009년 1분기(―19.0%)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률이 2%대에 그치며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서민 감세 기조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서민에게 돌아가던 세제 혜택을 줄이는 건 여러모로 맞지 않다”며 “다만 성장률을 만회하기 위해 대기업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투자심리를 살리기 위해 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 “땜질 감세 대신 법인세 다시 내려야” 지적도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기업 감세 기조는 긍정적이지만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법인세율 인상만으로 2조6000억 원가량의 증세 효과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누적 기준 약 4000억 원 규모의 세금 감면 카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나마 한시적 대책에 그치는 게 많은 만큼 정부가 대기업 투자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과감한 세제 지원과 함께 규제 완화 등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것저것 감면 조항을 늘리다 보면 오히려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차라리 법인세율을 다시 조정하는 편이 투자 회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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