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에 국내 뭉칫돈까지 몰려… 뜨거운 채권시장

장윤정 기자 , 이건혁 기자

입력 2019-07-16 03:00 수정 2019-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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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외국인 韓채권 6조원 순투자… 보유액 124조5400억 ‘사상 최대’
상반기 회사채 48조 발행 역대급, 비우량 기업 채권들도 완판행진
“하반기 국내 경기전망 밝지않아… A등급 미만 회사채 투자 주의를”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경제 보복 등으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의 넘치는 유동성이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 규모가 50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한편 외국인투자가들도 6월에만 6조 원어치의 원화 채권을 추가로 쓸어 담았다.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6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가들은 5조8010억 원어치의 채권을 순투자하며 4개월 연속 매수세를 이어나갔다. 이 같은 채권 쇼핑에 힘입어 6월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124조5400억 원으로 한 달 전(119조2020억 원) 세운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물량은 전체 상장 채권의 7.0% 수준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NH선물 허정인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짐에 따라 채권시장에 꾸준히 돈이 몰리고 있다”며 “또 5월에 환율이 급등했는데 달러를 들고 와서 채권을 사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채권시장에서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과 환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사는 것은 일단은 나쁘지 않은 신호다. 비록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많이 떨어졌지만 망하지 않을 확률, 즉 안전성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나중에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의 갑작스러운 자금 회수는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돈도 채권시장에 몰리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회사채 발행 금액은 48조7811억 원으로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였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12.7% 늘어난 것이다. 시장 금리가 떨어져 기업들로선 회사채를 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데다 투자자들 역시 불확실성이 큰 주식 시장 대신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채권에 큰 관심을 보인 결과다.

실제로 상반기 호텔롯데, SK종합화학 등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75%)보다도 낮은 금리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고수익을 노리는 일부 투자자들이 비우량등급 기업들의 채권에도 눈을 돌림에 따라 대한항공(BBB+) 한화건설(BBB+) 두산인프라코어(BBB) 등의 채권도 올 들어선 ‘완판 행진’을 거듭했다. 현대차증권 박진영 연구원은 “은행차입 금리보다는 회사채 금리가 더 낮기 때문에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금리를 찾는 투자 수요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욕구를 충족시켜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반기(7∼12월) 채권 시장은 지금보다는 다소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권 금리 하락이 이어지면서 수익률도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투자 수요가 몰렸던 A등급 미만 회사채 투자에 대해 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단기간 내 자금 부족으로 부도가 날 확률은 낮다”면서도 “하반기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 기관투자가들이 낮은 신용등급을 가진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보다 신중히 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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