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시계-바닥에 깔린 조명… 낯설고 불편한 ‘일상의 익숙함’

김민 기자

입력 2019-07-15 03:00 수정 2019-07-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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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실내 풍경을 거꾸로 뒤집어 낯설게 만든 민예은의 설치 작품 ‘라비하마하마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 대안공간 루프 제공
자아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걸까. 과거 사상가들은 국가나 사회, 종교 등 거대한 구조를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대인이 일상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건 내가 사는 집과 나의 가족이다. 서울 마포구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고 있는 민예은 작가(33)의 개인전 ‘예측할 수 없는 투명함’은 이런 거대한 구조와 실질적 자아 사이의 간극을 시각 언어로 탐구한다.

전시장의 설치 작품 ‘라비하마하마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할머니 집에 있을 듯한 괘종시계가 뒤집힌 채 벽에 매달려 있고, 천장의 조명등이 바닥에 깔려 있다. 이런 연출은 일상의 익숙함을 기괴하고 낯선 이미지로 바꿔 놓는다. 제목은 작가가 중고 거래로 소품을 수집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온라인 아이디를 나열한 것이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언어를 이용해 작가는 자신이 속했다고 여기는 ‘한국 사회’의 의미, 혹은 ‘프랑스 사회’의 의미를 되묻는다.

어릴 때부터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살았던 작가는 납작한 프랑스식 접시에 밥을 담아 먹는 등 두 문화가 혼재된 일상을 살았다. 그러다 자신의 일상이 전형적 프랑스인이나 한국인의 그것과 다르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작업을 통해 한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개인 ‘민예은’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프랑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활동했던 작가의 국내 대규모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는 대안공간 루프가 올해부터 시작한 치열한 공모를 뚫고 선정됐다. 전시는 21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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