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 청년中企 ‘민방위 전자고지 시스템’ 갈등

한우신 기자

입력 2019-07-12 03:00 수정 2019-07-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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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통해 통지서 발송 시스템… 작년 비슷한 기능의 中企제품 출시
市, 자체 개발 나서자 업체 반발… 업체 “기능 겹쳐 판로 막힐 위기”
市 “시스템 표준화로 예산 절감”… 감사원 “사실관계 확인중”


서울시가 청년 중소기업이 이미 개발해 시판 중인 행정 전산시스템과 기능이 겹치는 시스템을 따로 개발하려고 해 해당 기업의 제품 판로가 막힐 처지에 놓였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민방위 교육훈련통지서 전자고지 시스템’을 추진 중으로 다음 달 시스템 개발 업체를 선정한다. 앞서 서울시는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모한 ‘대국민 고지·안내문의 전자화 시범사업’에 선정돼 4월 과기정통부로부터 1억3000만 원을 받았다. 이 사업은 과기정통부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존 우편 문서로 행정 서류를 다량 발송하는 것을 전자문서로 바꿔 예산을 아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민방위 전자고지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5월 추가경정예산으로 2억1000만 원을 확보했다. 연말까지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서울시 공모에는 카카오페이, KT만 지원할 수 있다. 애초 과기정통부가 공모할 때 ‘공인전자문서중계제도’의 모바일 중계자만 참여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이 카카오페이, KT다.

문제는 민방위 전자고지 시스템이 지난해 직원 5명의 A기업이 개발한 시스템과 기능 등에서 겹친다는 점이다. A기업 관계자는 “시스템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A기업은 2016년 초부터 시스템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초 완료했다. 개발비만 약 3억 원을 썼다. A기업의 시스템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대상자에게 교육 통지서를 발송하고 출석 확인도 할 수 있다. 서울시가 개발하려는 시스템과 비슷하다.

다만 A기업은 서울시 사업에 응모할 수 없다. A기업도 서울시의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선 공인문서전자중계자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해당 자격을 얻으려면 자본금이 10억 원을 넘어야 한다. A기업 관계자는 “자본금이 5000만 원인 우리로서는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모 기업의 자격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A기업의 갈등은 최근 감사원에도 접수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중이며 서울시와 과기정통부에 질의를 보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스템 표준화를 통해 예산을 절감하려고 한다. 그래서 A기업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허 침해 논란에서도 주장은 엇갈린다. A기업은 지난해 12월 민방위 교육 대상자들의 출석 여부를 자치구 행정망에 기록하는 기술과 관련해서 특허권을 얻었다. A기업은 “변리사에게 자문한 결과 침해 여지가 크다는 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변리사에게 자문한 결과 ‘특허 침해 여지가 없다’고 말하거나 ‘침해 요소가 적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시스템을 따로 개발해도 최종 사용자인 자치구는 다른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A기업이 서울시의 시스템 개발과 무관하게 지자체 등에 제품을 더 팔 수 있다는 얘기다. A기업은 “서울시가 자체 개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업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갈준선 서울시 비상기획관은 “개인정보 보호와 민방위 시스템 개선을 위해 서울시가 필요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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