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달들어 원화가치 G20중 최대폭 하락

이건혁 기자

입력 2019-07-11 03:00 수정 2019-07-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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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에 日수출규제 덮쳐 2.24% 하락… 남미는 되레 상승
“투자자들 원화비중 줄여” 분석도


이달 들어 원화 가치가 주요 20개국(G20)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국면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투자자들이 원화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부터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다 경제 성장의 핵심 고리인 반도체 부문이 직접 공격을 받자 외부에서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이 나빠진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10일 블룸버그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대비 이달 9일 현재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 가치는 2.24%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했다. 이달 들어 통화 가치 변동률이 2%를 넘은 국가는 G20 중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 정부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원화에 이어 영국 파운드화(―1.82%), 유럽연합 유로화(―1.45%)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원화의 가치는 이런 글로벌 시장 변수에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겹친 탓에 다른 나라 통화보다 더 빠르게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달러당 1154.7원이었으나 이후 상승을 거듭(원화가치 하락)하며 1180원 선을 넘어섰다. 10일에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 오르며 1181.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원인이 일본과의 갈등보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원화와 마찬가지로 달러화 가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가치 하락률은 같은 기간 각각 ―0.31, ―0.93%에 그쳤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중남미 신흥국 통화는 오히려 가치가 올랐다. 그동안 정정 불안으로 환율이 급등했던 터키 리라화 가치도 이달 들어서는 1% 상승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이 대규모로 매도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원화 표시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원화 가치가 내려가는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가 더 떨어지거나 국가 신용등급 하향과 같은 악재가 발생하면 원화 가치는 지금보다 더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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