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112개 품목 전략물자 분류… 디스플레이-미래차도 타격 우려

황태호 기자 , 지민구 기자 , 유근형 기자

입력 2019-07-10 03:00 수정 2019-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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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문]세계시장 90% 점유한 OLED
핵심소재 전량 일본서 수입… 공급 끊기면 한달내 생산중단
내달 백색국가 제외 현실화땐… 공작기계-첨단소재 등도 피해



반도체에 이어 한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국내 전체 산업군에 일본발 수출 제재의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일본이 다음 달 한국을 안보상 우방국가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일본 기업은 전략물자를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한국의 거의 전 산업영역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9일 전략물자관리원이 게시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일본 수출 통제 목록’을 분석한 결과 각종 무기류뿐 아니라 첨단소재, 소재 가공, 전자, 컴퓨터, 통신, 센서, 반도체 장비 등 거의 전 산업 영역 부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민간용 전략물자가 261개, 비민간용 전략물자가 851개 등 총 1112개가 일본의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첨단 전자제품 소재 및 핵심 부품, 장비는 대체재를 찾기 힘든 상태다.


○ 핵심 소재 끊기면 한 달 안에 OLED 생산 중단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이달 1일 일본의 수출 제재가 발표됐을 때만 해도 “불행 중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4일부터 수출 제재에 들어간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불산)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 제조에도 쓰이지만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는 “불산 확보에 문제가 있지만 중국, 대만 제품도 있다”며 “대체재를 잘 마련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달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디스플레이 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한국이 가장 먼저 상용화했고,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핵심 소재와 장비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소를 형성하는 소재인 섀도마스크는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 도판프린팅 두 회사에서 전량 수입한다. 섀도마스크의 기반 소재인 초인바(super invar)시트는 히타치메탈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이런 소재의 공급이 끊기면 길어도 한 달 안에 OLED 생산라인이 멈춰 서고 삼성전자, LG전자의 스마트폰, TV 제조까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섀도마스크 분야에서 1조4000억 엔(약 15조2600억 원)대의 매출을 내는 DNP, 도판프린팅의 한국 수출 규모는 3000억 원 안팎에 불과해 자신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 한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 반도체 장비·자동차·기계 등도 비상



일본의 수출 통제 목록에는 세계 3위 반도체 제조사인 도쿄일렉트론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핵심 장비들도 포함됐다. 일본 섬코와 신에쓰화학 두 회사가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웨이퍼도 있다. 또 자동차 등에 쓰이는 신소재인 탄소섬유와 각종 부품도 ‘군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통제 물자에 포함됐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부품 공급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일본 기업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거의 없지만 쌍용차는 도요타의 계열사인 아이신으로부터 변속기를 납품받고 있다. 르노삼성도 일부 모델에 일본 자트코의 변속기를 적용한다. 이들이 대체부품을 사용하려 해도 안전 인증과정 등에서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또 수소차에 필요한 연료전지와 2차전지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 등도 일본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공작기계 분야도 문제다. 대기업의 일본산 수입 의존도는 5% 미만이지만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은 일본산 소형 생산로봇 등을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하고 있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황태호 taeho@donga.com·지민구·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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