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복에 한국기업 탓하는 정치권

황태호 기자 , 지민구 기자

입력 2019-07-10 03:00 수정 2019-07-10 03:4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소재부품 기술개발 외면” 책임 돌려
전문가 “애플에 반도체 안 만들고 왜 삼성 것 쓰냐고 비판하는 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반도체 파장을 두고 정치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그동안 국내 소재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고 쥐어짠 탓”이라는 ‘대기업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산업계는 일본 소재 산업의 축적된 경쟁력과 국제 분업 체계를 무시한 발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외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대기업에 돌리는 무책임한 여론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3대 제재품목인 고순도 불화수소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 포토레지스트(PR)의 지난해 연간 수입액은 7억2300만 달러(약 8553억 원)에 지나지 않지만, 1267억 달러(약 150조 원)에 이르는 반도체 수출을 흔들고 있다”며 “중소기술 기업 육성, 팔 비틀기 식의 원·하청 관계의 정상화와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도 5일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일본 업체가 가진 당장의 가격 경쟁력만을 생각해서 소재 부품 분야에서 국내 기술 개발과 협력업체 육성을 외면해 온 것에 대해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출신인 김 위원장은 현 정부 들어 금감원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교 실패로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에 책임까지 돌리고 있다”는 격한 반응이 나온다. 우선 일본의 소재산업 경쟁력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PI, PR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스미토모화학의 경우 연 매출이 2조3000억 엔(약 25조 원)이나 되는, LG화학과 맞먹는 거대 화학기업이다.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 등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도 연 수백억 원씩을 협력사와 핵심 소재 국산화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 분업 체계를 간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비판은 애플보고 ‘왜 직접 반도체를 만들지 않고 삼성전자 것을 써왔는가’라고 지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지민구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