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불법파견혐의 기아차 사장 기소… 재계 “과거의 잣대로 판단 부적절”

이호재 기자 , 수원=이경진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7-10 03:00 수정 2019-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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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860명 파견법 위반”… 검찰 고발 4년만에 재판 넘기며
법인과 함께 관리자 처벌 나서… 재계 “과거 잣대로 판단 부적절”


사내협력사로부터 근로자를 불법 파견 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61)이 재판에 넘겨졌다. 기아차 화성비정규직분회가 2015년 7월 박 사장 등을 ‘파견법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4년 만이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김주필)는 박 사장과 전직 화성 공장장 A 씨를 파견법 위반 혐의로 9일 불구속 기소했다. 기아차 법인도 이날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사장 등은 2015년 7월 파견법이 금지하는 자동차 생산 공정에 하청 업체 근로자를 일하게 한 혐의다. 사내협력사 16곳으로부터 파견된 근로자 860명이 기아차 공장의 151개 공정에서 근무한 것이 현행 파견법에 위반되고, 박 사장 등이 이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기소 대상으로 삼은 공정은 자동차 차체를 만들고, 차체를 도장하고, 부품을 조립하는 등 151개의 ‘직접생산’ 공정이다. 검찰은 자동차를 공장 밖으로 출고하고, 고객에게 배송하고, 공장을 청소하는 등 71개 ‘간접생산’ 공정은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81)은 사내협력사 계약 및 관리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파견법 제5조는 ‘근로자 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업무를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을 하청 업체에 맡긴 것은 법 위반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앞서 화성비정규직분회는 형사 고발과는 별도로 “기아차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검찰은 올해 2월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유리 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 법인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법조계에선 그동안 불법 파견 책임 대상이 법인에 한정됐지만 이번 검찰 기소를 계기로 ‘관리자’까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별로 어디까지가 직접 공정이고, 간접 공정인지 등에 대해 대법원에서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재계는 사내하도급 제도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검찰이 일률적인 잣대로 불법 파견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과거 단순 공정이 이뤄지던 공장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잣대로 복잡해진 지금의 산업현장에서 불법 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는 올해 총 2387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특별고용을 진행하는 등 하도급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형사 재판에 넘겨진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호재 hoho@donga.com / 수원=이경진 / 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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